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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는 기획자가 ‘사람을 통해 일하는 직무’임을 보여주는 세 가지 핵심 능력, 즉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는 해석력, 문서로 협업의 기반을 만드는 글쓰기 능력, 질문·요약·공감·합의를 중심으로 한 대화 기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능력들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넘어서, 기획자가 현장에서 부딪히는 대부분의 상황을 해결하는 데 직접적으로 작동하는 역량들입니다.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야 진짜 문제를 정의할 수 있고, 글쓰기가 명확해야 협업팀이 흔들리지 않으며, 대화의 구조가 탄탄해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결국 2편에서 다룬 세 가지 역량은 기획자가 실무에서 신뢰를 얻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자리 잡도록 만들어주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이제 3편에서는 이러한 기반 위에 쌓이는, 한 단계 더 성숙한 기획자의 능력들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바로 설득력 있는 기획을 만드는 어필 구조, 빠르게 변화하는 도구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적응력, 일정과 우선순위를 다루는 실전 운영 능력, 문제를 본질적으로 정의하는 관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획자로서의 태도와 성장 방향까지 다뤄볼 예정입니다.

 

이 능력들은 주니어를 ‘업무 처리자’ 수준에 머물게 하지 않고, 점차 더 큰 문제를 다루며 팀의 중심에서 방향을 만드는 기획자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편에서는 이러한 역량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기획자의 깊이를 완성하는지, 그리고 실제 실무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상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7. 설득력 있는 기획을 만드는 ‘어필 구조’ 이해하기

설득은 논리가 아니라 구조에서 결정된다

기획자의 일은 본질적으로 ‘설명’의 연속이며, 동시에 ‘설득’의 연속입니다. 새로운 기능을 제안할 때도, 정책을 변경해야 할 때도, 일정 조율을 할 때도 기획자는 늘 누군가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선택을 받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주니어들이 논리력을 키우면 설득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만, 실무에서는 논리가 아무리 탄탄해도 전달 방식이 어지럽거나 구조가 흐트러지면 설득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설득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사실을 기획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됩니다.

 

설득의 핵심은 상대가 이해하기 쉬운 흐름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기획자가 흔히 하는 실수는 ‘내가 말하고 싶은 순서’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설득은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순서로 말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기능 개선을 제안할 때, 많은 주니어들이 “이게 왜 좋은지”부터 설명하지만, 상대는 그 배경과 문제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상황 → 문제 → 근거 → 제안 → 기대 효과의 구조를 유지한다면 상대는 자연스럽게 결론을 따라오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획자가 갖춰야 할 ‘어필 구조’의 핵심입니다.

 

 

또한 설득 구조를 이해하면 불필요한 논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논쟁이 생기는 대부분의 이유는 서로의 논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PM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우려를 갖고 있고, 개발자는 기술적 리스크를 걱정하며, 디자이너는 UX 영향도를 생각합니다. 이때 어필 구조가 없는 기획자는 각 의견에 대응하느라 설명이 길어지고 흐름을 잃어버립니다. 반면 구조를 갖춘 기획자는 논점을 미리 정리하고, 각 우려를 담을 수 있는 순서와 근거를 제시하며, 의견 충돌이 생기기 전에 받아들일 수 있는 ‘판’을 미리 깔아둡니다. 결국 설득은 말의 힘이 아니라 흐름을 설계하는 힘입니다.

 

기획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또 하나의 능력은 반대 의견을 설계 안에 포함시키는 능력입니다. 흔히 설득은 상대를 ‘이겨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무에서는 오히려 상대의 우려를 빠르게 인정하는 것이 설득의 출발점일 때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개발 리스크가 큰 건 이해합니다. 그래서 두 가지 대안을 준비했습니다.”와 같은 방식은 상대의 신뢰를 높이고 논의의 방향을 기획자가 원하는 쪽으로 유도합니다. 상대의 우려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 안에 통합하는 것, 이것이 고급 기획자의 설득 방식입니다.

 

어필 구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핵심 메시지의 명확함’입니다. 많은 주니어들이 설명을 길게 하면서 논점이 희석되는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기획자의 설득은 길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정확하게 말하는 데서 결정됩니다. 핵심 메시지가 명확해지면 설명은 단순해지고, 대안 제시도 구체적이며, 결정 과정도 빨라집니다. 상대가 집중해야 할 지점을 정확하게 잡아주는 것이 오히려 강력한 설득의 도구가 됩니다.

 

결국 설득력 있는 기획은 화려한 논리나 말솜씨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상대가 이해하기 쉬운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상대의 우려와 목적을 함께 수용하는 능력이 기획자의 진짜 어필력입니다. 이 능력이 갖춰지면 기획자는 단순히 의견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됩니다. 설득력은 기획자의 영향력이며, 영향력은 기획자의 성장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반 역량입니다.

8. 툴 사용보다 중요한 ‘새로운 도구에 적응하는 능력’

중요한 건 툴이 아니라 ‘학습 속도’다

주니어 기획자들은 종종 “어떤 툴을 배우면 더 좋은 기획자가 되나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과거에는 파워포인트·엑셀·프로세스 툴 정도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Figma, Notion, Miro, Jira 등 다양한 협업 도구가 업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툴을 익히는 데 시간을 집중하고, 특정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실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오랜 기간 일해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은, 기획자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특정 툴의 숙련도가 아니라 새로운 도구에 적응하는 속도라는 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툴은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니어였던 2001년만 해도 파워포인트가 거의 유일한 기획 도구였지만, 지금은 조직마다 사용하는 협업 툴이 모두 다르고, 어떤 회사에서는 프로젝트 단위로 툴을 바꾸기도 합니다. 기술 환경은 계속 진화하고,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 도구를 아무리 완벽하게 익혀도, 2~3년 후 그 도구가 주요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툴 능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기획자의 성장 가능성을 오히려 제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새로운 도구에 금방 적응하는 사람은 어떤 조직에 가더라도 빠르게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획자는 도구 그 자체보다 도구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먼저 이해합니다.

 


예를 들면, Figma를 처음 접했더라도 “이건 화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협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구나”, Jira를 처음 사용해도 “이건 진행 상태를 체계적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이구나”와 같은 식으로 목적부터 파악합니다. 목적과 흐름을 이해하면 도구를 익히는 속도는 자연스럽게 빨라지고, 특정 기능을 몰라도 업무에 지장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툴을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를 빠르게 이해하고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또한 새로운 도구에 대한 빠른 적응력은 기획자의 사고방식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변화에 유연하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으며, 도구를 ‘방식’으로 바라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접근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프로젝트의 비효율을 줄이고, 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업무 효율이 높은 시니어 기획자일수록 특정 툴에 집착하지 않고, 프로젝트 성격에 맞는 도구를 선택하거나 조합해 사용하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종종 “정해진 방식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새로운 도구나 프로세스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기획자의 세계에서는 고정된 방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획자의 역할은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을 원활하게 만들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도구는 유동적으로 바뀌며, 도구에 적응하는 능력이 강할수록 그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도구를 바꾸는 회사가 문제가 아니라, 도구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획자가 문제인 것입니다.

 

결국 툴 능력은 스킬이지만, 도구 적응력은 기획자의 사고방식과 학습 능력이라는 기반 역량입니다. 이 기반이 갖춰지면 어떤 툴이 등장해도 빠르게 습득할 수 있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실무에서 더 오래 살아남고 더 빠르게 성장하는 기획자는 도구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사람입니다.

9. 일정 관리와 우선순위 판단: 기획자의 필수 생존 능력

일정을 다루는 능력이 기획자의 신뢰도를 만든다

기획자의 업무는 항상 여러 팀과 여러 과제가 동시에 얽혀 있습니다. 개발 일정, 디자인 작업, QA 계획, 운영 정책 변경, 갑작스러운 이슈 대응까지 다양한 업무가 병렬로 진행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정 관리 능력이 부족한 기획자는 금세 압도되기 쉽습니다. 많은 주니어가 “일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문제의 본질은 일이 많은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데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정 관리와 우선순위 판단은 실무 기획자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직접적인 능력입니다.

 

일정 관리를 잘하는 기획자의 첫 번째 특징은 전체 그림을 먼저 파악한다는 점입니다. 단일 기능이나 작은 요청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프로젝트가 어떤 단계에 있고, 어떤 팀이 어느 시점에 영향을 받으며, 어떤 이슈가 일정에 가장 큰 리스크가 되는지 먼저 정리합니다. 이 관점이 잡히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우선순위를 잡는 데 드는 에너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반대로 부분만 보고 일하는 기획자는 항상 뒤늦게 허둥대고, 일정에 쫓기며 일의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판단할 때 업무의 성격과 영향 범위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긴급하지만 영향 범위가 좁은 업무도 있고, 긴급하지 않지만 프로젝트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업무도 있습니다. 숙련된 기획자는 이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지금 당장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먼저 확보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업무들은 대부분 기획의 완성도와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긴급한 것만 계속 처리하면 단기적으로는 성실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멈춘 기획자가 되기 쉽습니다.

 

또한 일정 관리는 단순히 스케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미리 인지하고 조율하는 능력과도 직결됩니다. 일정에 문제가 생기는 대부분의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일’ 때문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이미 여러 신호가 있었지만 이를 놓치거나, 미리 조율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정에 민감한 기획자는 작은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리스크를 조기에 공유하며, 이해관계자 간의 조율을 통해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습니다. 이 능력은 팀 전체의 시간을 절약하고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역량입니다.

 

기획자의 일정 관리 능력은 결국 조직 내 신뢰도와 직결됩니다. 일정에 맞춰 정확한 결과물을 내는 사람은 어떤 팀에서든 믿음을 얻게 되고, 더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됩니다. 반대로 일정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면 실력과 상관없이 신뢰를 잃게 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일정 관리 능력은 스킬이 아니라 기획자가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일정 관리와 우선순위 판단 역시 경험과 훈련을 통해 크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업무를 쪼개어 단위별로 관리하고, 마감일만 보지 말고 사전 작업과 의사결정 포인트를 구분하며, 리스크를 미리 리스트업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정은 훨씬 안정적으로 운영됩니다. 중요한 것은 ‘많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확하게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사람’이 더 좋은 기획자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 능력이 갖춰지면 기획의 품질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조직 내에서의 역할도 넓어지게 됩니다.

10. 문제 정의력과 시스템적 사고

문제를 정의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기획자다

기획자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많은 주니어들이 문제 해결 자체에만 집중하고, 정작 더 중요한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과정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해결책을 빠르게 제시하는 것보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결하려고 하는가?”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문제 정의가 잘못되면 그 뒤에서 나오는 모든 기획은 방향이 틀리게 되고, 결국 프로젝트 전체가 의미 없는 노력으로 끝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숙련된 기획자들은 해결책보다 먼저 문제를 바라보는 힘을 강조합니다.

 

문제 정의력의 핵심은 표면에 드러난 현상과 그 이면의 원인을 구분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특정 화면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상’에 가깝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 이탈을 유발하는 원인이며, 그 원인은 UI 구조 때문일 수도 있고, 정책적 제약 때문일 수도 있으며, 사용자 기대치와 실제 경험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문제를 읽어내지 못하면 기획은 현상을 덮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문제를 제대로 정의한 기획자는 해결책까지 훨씬 명확하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문제 정의력을 강화하려면 반드시 함께 갖춰야 하는 능력이 시스템적 사고입니다. 시스템적 사고란 개별 기능이나 화면을 분리해 보지 않고, 전체 구조 속에서 각각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바라보는 능력을 말합니다. 기획자는 단편적인 개선 요청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비스 전체의 흐름과 목적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사람입니다. 시스템적 사고가 부족한 기획자는 기능 단위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개선의 폭이 좁고,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을 자주 발생시키게 됩니다. 반대로 시스템 관점을 가진 기획자는 하나의 결정이 전체 서비스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고려하며, 기획의 안정성과 설득력을 높입니다.

 

또한 시스템적 사고는 우선순위 판단에도 직결되는 능력입니다. 같은 문제라도 서비스 전체 관점에서 봤을 때 영향도가 다를 수 있고, 단기적인 개선보다 장기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시스템을 통째로 이해하는 기획자는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 개선을 제안할 수 있으며, 팀 전체가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주니어 시절부터 의도적으로 훈련해야 하는데, 화면이나 기능을 따로 보는 대신 경험의 흐름, 데이터 흐름, 정책 흐름 등 ‘연결된 구조’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문제 정의력과 시스템적 사고는 동시에 강화될 때 강력한 시너지를 냅니다.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면 시스템 전체의 어느 지점을 건드려야 하는지 분명해지고, 시스템을 이해하면 더 정확하게 문제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두 능력이 갖춰진 기획자는 단순히 ‘업무 처리자’가 아니라, 서비스 자체를 바라보며 방향을 만들 수 있는 기획자로 성장합니다. 이 지점이 바로 주니어와 시니어의 본질적인 차이를 만드는 부분입니다.

 

결국 문제 정의력과 시스템적 사고는 기획자의 ‘사고 체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 역량입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하나의 기능, 하나의 화면, 하나의 요구사항만 집중해도 일이 가득해 보이지만, 그 단계를 넘어 더 큰 관점으로 사고하기 시작하는 순간 기획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획자는 정답을 빠르게 찾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문제를 정의하고 전체 구조 안에서 최적의 해법을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이 능력을 갖춘 순간부터 기획자의 성장 곡선은 눈에 띄게 가팔라집니다.

11. 주니어에게 꼭 하고 싶은 마지막 조언

기획자는 스킬로 성장하는 직업이 아니다. 사고로 성장하는 직업이다

25년 동안 다양한 조직과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저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기획자는 스킬로 성장하는 직업이 아니라, 사고방식으로 성장하는 직업이라는 점입니다.

 

Figma를 잘 다루는 사람, 문서를 예쁘게 정리하는 사람, 프로세스를 빠르게 작성하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툴은 바뀌고, 프로세스도 달라지고, 심지어 조직의 방식마저 변화합니다. 그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성장하는 기획자는 결국 기반 능력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타인의 의도를 읽고, 말과 글로 명확하게 표현하고,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은 시대가 변해도 기획자의 근간으로 남습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누구나 스킬을 먼저 익히고 싶어 합니다. 당장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기술을 빨리 배워야 할 것 같고, 팀에 기여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산출물을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획자의 성장을 길게 바라보면, 스킬만 쌓는 접근은 분명한 한계를 가집니다. 스킬은 빠르게 익혀지는 만큼 빠르게 잊히고, 다른 사람도 동일하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기반 능력은 한 번 쌓이면 기획자의 모든 판단과 설계의 기반이 되어주고, 다른 사람과 쉽게 격차가 나지 않는 깊이를 만들어줍니다. 이것이 기획자의 ‘경쟁력’이 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조언은 기획자의 성장은 업무의 양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많은 기능을 기획해도, 반복적인 작업만 한다면 사고의 깊이는 커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작은 기능 하나를 기획하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고민하고, 시스템 전체 흐름을 고려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판단한다면 실력은 빠르게 올라갑니다. 기획자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있게 일하느냐입니다. 깊이 있게 사고하는 습관이 쌓이면 복잡한 프로젝트에서도 자신 있게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획자는 사람을 통해 일하는 직무라는 사실입니다. 혼자 잘한다고 좋은 기획이 나오지 않습니다. 상대의 의도를 이해하고, 질문을 통해 문제를 드러내고,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기획자의 진짜 힘입니다. 협업을 잘하는 기획자는 조직에서 빠르게 신뢰를 얻고,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맡게 됩니다. 반대로 소통이 부족한 기획자는 아무리 스킬이 뛰어나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획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태도는 자기 점검의 습관입니다. 내 사고는 구조적으로 정리되어 있는지, 상대의 의도를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문서가 팀의 시간을 절약하고 있는지, 내가 하는 말이 논점을 흐리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보는 습관은 성장 속도를 몇 배로 끌어올립니다. 좋은 기획자는 배운 것을 적용하는 사람이고, 더 좋은 기획자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인지하고 개선하는 사람입니다.

 

기획자의 세계는 빠르게 변합니다. 하지만 기획자의 성장을 지탱하는 기반 능력은 변하지 않습니다. 스킬의 유행을 좇기보다, 언제 어디서든 흔들리지 않는 기반 능력을 먼저 갖춘다면 어떤 조직에서도 필요한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기획자로서 길게 가고 싶다면, 스킬보다 사고방식, 도구보다 기반 능력, 출력보다 생각의 깊이를 먼저 갖추는 데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기획자의 성장은 화려한 스킬이나 빠른 성과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기반 능력, 즉 생각을 정리하고 의도를 읽고 구조적으로 사고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힘이 기획자의 커리어를 끝까지 지탱합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눈앞의 기술을 빨리 익히는 것이 중요해 보이지만, 결국 기획자의 가치는 ‘어떻게 사고하고 연결하고 설계하는가’에서 결정됩니다. 기반이 단단한 기획자는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스킬은 자연스럽게 그 위에 쌓입니다. 기획자로 오래 성장하고 싶다면 스킬보다 먼저 기반 능력을 갖추는 데 집중해보시길 바랍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야메군이란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25년 차 서비스 기획자. 네이버 웹/모바일 기획자 커뮤니티 웹(WWW)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메가엔터프라이즈, 짱공유닷컴, YES24를 거쳐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Pattern recognition과 Machine learning 기반의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한 연구. 최근 스타트업계로 이직, 반려동물과 온라인 피트니스 분야를 경험했고 자율주행 도메인을 거쳐 현재 SaaS 기반 Monitoring 도메인에서 유일한 기획자로 재직 중. 2016년 7월, 웹/모바일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서적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웹 기획”(정재용, 최준호, 조영수 공저) 출간. 2008년부터 약 15년간 서비스기획자의 성장을 위한 온/오프 강의를 통해 후배 기획자를 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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