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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는 주니어 기획자가 커리어 초반에 반드시 먼저 갖춰야 하는 기반 능력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스킬보다 기반 능력이 먼저인 이유, 생각을 구조화하는 힘,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을 통해 기획자의 성장은 눈에 보이는 작업 능력이 아니라 사고방식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스킬은 시간이 지나면 바뀌지만 기반 능력은 어떤 환경에서도 변하지 않는 경쟁력이며, 생각을 구조화하는 능력은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힘을 만들어주고,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은 기획자의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 세 가지 기반이 갖춰져야 비로소 기획자의 다음 단계인 ‘사람을 통해 일하는 과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2편에서는 이러한 기반 능력 위에서 반드시 함께 갖춰야 할 또 다른 세 가지 역량을 다루려고 합니다. 바로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해석력, 문서로 협업의 기반을 세우는 글쓰기 능력,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입니다. 기획자는 혼자 일할 수 없는 직무이기 때문에, 타인의 말을 표면적으로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맥락과 제약을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명확한 글쓰기는 협업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대화의 기술은 서로 다른 의견과 관점을 하나의 방향으로 모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2편에서는 이 세 가지 역량이 실제 실무에서 어떻게 작동하며 왜 주니어 시절부터 반드시 훈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4.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는 해석력과 맥락 이해력

의도를 읽는 순간 문제의 본질이 보인다

기획자의 일은 누군가의 요구를 받아 그것을 현실적인 기획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많은 주니어들이 여기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 사람이 말한 그대로’ 일을 진행했는데도 뒤늦게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라는 말을 듣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입니다. 사실 기획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말의 표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상대의 말 뒤에 숨어 있는 맥락과 의도, 제약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면 같은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의도 파악이 중요한 이유는, 기획자는 단순히 전달된 요청을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요청의 ‘본질’을 찾아내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결제 단계를 줄여달라”는 요구가 들어왔다고 해서 화면을 단순히 삭제하거나 병합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까요? 겉보기에는 맞는 접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용자 이탈이 특정 구간에서 증가했다”거나 “재구매율을 높이고 싶다”는 보다 근본적인 비즈니스 목적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요구의 표면에 머물지 않고 ‘왜 이런 요청이 나왔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기획자의 첫 번째 책임입니다.

 

 

맥락을 읽는 능력은 팀 간 협업에서도 큰 차이를 만듭니다. 개발자의 한 문장을 듣고도 기술적 제약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하고,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으며 UX 관점에서의 우려를 이해해야 하며, PM의 요청을 들었을 때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배경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도를 제대로 읽어내는 사람은 회의에서 정보를 빠르게 연결하고 논점을 정확히 잡아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팀 내에서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이런 기획자는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전체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의도 파악 능력이 부족한 주니어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어려움을 겪습니다. 요구사항이 자주 바뀌고, 문서가 여러 번 수정되고, 일정이 늘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이는 능력 부족이 아니라 ‘해석력’이라는 기반 능력을 아직 훈련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말의 배경, 제약, 우선순위, 의도 등을 먼저 스스로 정리해보는 습관을 들이면 문제의 절반은 이미 해결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 능력 역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훈련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질문의 순서를 바꿔보거나, 상대의 설명을 한 번 더 요약해 확인하거나, 말 속에 등장하지 않은 ‘빈칸’을 추론해보는 것만으로도 해석력은 빠르게 성장합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아, 지금 이 요청 뒤에는 이런 맥락이 숨어 있구나”라는 감각이 생기고, 그 감각이 기획의 정확도를 높여줍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표현되지 않은 정보까지 읽어내는 직관이 생기며, 기획의 깊이와 속도가 동시에 향상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기획자의 역할은 정보를 받아 적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사람입니다.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은 단순히 협업을 잘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기획자의 모든 판단과 결정의 출발점입니다. 이 능력이 갖춰진 시점부터 기획자의 시야는 정확해지고, 문제 해결의 속도는 빨라지며, 팀 내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5. 글쓰기 능력이 기획자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글을 잘 쓰는 기획자는 협업도 잘한다

기획자는 말을 많이 하지만, 결국 일의 대부분은 ‘문서’로 남습니다. 기능 정의서, 정책 문서, 시나리오, 플로우, 회의록, 기획 배경 설명 등 대부분의 협업은 문서화된 기록을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글쓰기 능력은 단순한 표현 방식이 아니라 기획자의 업무 품질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능력입니다. 많은 주니어들이 화면 설계나 Figma 사용법을 먼저 배우지만, 실제로 팀 전체가 기획자의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은 문서의 명확성, 논리성, 완성도입니다.

 

글쓰기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문서가 기획자의 ‘대리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획자가 직접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문서는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며, 누가 읽어도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합니다. 문서가 명확하면 협업 과정에서 질문이 줄어들고, 불필요한 논쟁이 사라지며, 일정도 안정적으로 관리됩니다. 반대로 문서가 모호하거나 표현이 주관적이면 협업 팀은 추가 확인을 해야 하고, 이를 반복하면서 프로젝트 전체의 속도가 느려집니다. 결국 글쓰기의 품질이 협업의 효율을 결정하는 셈입니다.

 

또한 글쓰기 능력은 기획자의 사고 구조와 논리 수준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문서가 산만하거나 논점이 불분명하다면 이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과정은 곧 생각을 정리하고 체계를 만드는 과정과 연결됩니다. 좋은 기획자는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잘 정리하기 때문에 글이 자연스럽게 명확해지는 것입니다.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면 보고서 작성뿐 아니라 회의에서의 발언, 이해관계자 조율, 기획 검토 과정까지 모두 개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기획자는 항상 상대의 입장에서 사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서는 읽는 사람의 상황, 배경지식, 역할, 제약을 고려해 구성되어야 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개발자에게 설명할 때와 디자이너에게 전달할 때의 표현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즉, 글쓰기는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뛰어나면 기획의 설득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다행히 글쓰기 역시 꾸준히 훈련하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문서를 작성하기 전에 논점을 먼저 정리하고, 핵심 메시지와 근거를 구분하며, 불필요한 문장과 형용사를 최대한 줄이는 것만으로도 문서의 품질은 빠르게 올라갑니다. 또한 문서를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마음으로 작성하면 자연스럽게 구조가 단단해지고 문장도 간결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정확성, 양보다 논리, 화려함보다 명료함입니다.

 

기획자의 문서가 명확해지면 프로젝트는 매끄럽게 흘러가고, 팀 전체의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됩니다. 결국 글쓰기 능력은 단순한 표현력이 아니라 기획자의 신뢰도, 협업 능력, 문제 해결력까지 좌우하는 기반 역량입니다. 화면 설계나 툴 사용법보다 글쓰기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 이유는, 글쓰기가 기획자의 모든 판단과 실행의 중심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6. 대화의 기술: 질문, 요약, 공감, 합의의 기본기

대화를 잘하는 기획자는 일을 빠르게 만든다

기획자는 혼자 일할 수 없는 직무입니다. 어떤 문제든 혼자 정의할 수 없고, 어떤 기획안도 혼자 결정할 수 없으며, 어떤 프로젝트도 혼자 완성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대화하는 기술입니다. 많은 주니어들이 대화를 단순한 소통의 수단이라고 생각하지만, 실무에서는 대화의 수준이 프로젝트의 속도와 품질을 결정짓습니다. 뛰어난 기획자는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하고 정리하고 합의점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대화의 기술 중 가장 먼저 갖춰야 하는 것은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좋은 질문은 문제의 핵심을 드러내고, 모호한 논점을 명확하게 만들며,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표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예를 들어 “이 기능이 왜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은 기능 요청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고, “이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제약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은 기술적 또는 비즈니스적 한계를 더 빨리 파악하게 해줍니다. 질문을 잘하는 기획자는 회의 시간과 시행착오를 크게 줄이며,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능력은 ‘요약하는 힘’입니다.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해 “즉, 우리가 지금 해결하려는 문제는 이것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는 이것이다”라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팀의 방향은 훨씬 명확해집니다. 요약 능력이 뛰어난 기획자는 회의의 흐름을 잃지 않게 하고, 논점이 산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며, 각자의 생각을 하나의 방향으로 통합할 수 있습니다. 주니어 시절에는 회의에서 많이 말하는 것이 능력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적게 말해도 정확하게 요약하는 사람이 영향력이 더 큽니다.

 

 

대화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공감 능력입니다. 공감은 상대의 말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차원을 넘어,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제약을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개발자의 우려를 기술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디자이너의 고민을 UX적인 맥락에서 받아들이고, 운영팀의 요청을 실제 사용자 경험과 연결해 해석할 수 있어야 협업이 부드러워집니다. 공감 능력이 있는 기획자는 의견을 조율할 때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 상태에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화의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합의를 이끌어내는 힘입니다. 기획자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자주 맞이합니다. 하지만 결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만들면 갈등만 생기고, 프로젝트 후반부에 다시 문제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획자는 상대가 공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논리적 구조를 통해 선택지를 정리하며, 가능한 방향을 함께 만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가 “이 방향이면 함께 갈 수 있겠다”고 느끼는 순간, 그 기획은 비로소 실행력을 갖게 됩니다.

 

대화의 기술은 기획자에게 있어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움직이는 핵심 도구입니다. 질문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요약으로 논점을 잡고, 공감으로 관계를 정리하고, 합의로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어떤 팀에서도 기획자로서의 존재감이 단단해집니다. 결국 대화를 잘하는 기획자는 일을 빨리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여 일을 진행시키는 사람입니다. 이 능력은 스킬보다 오래가고,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획자의 핵심 기반 역량입니다.


2편에서는 기획자의 본질을 결정하는 세 가지 중요한 능력, 즉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는 해석력, 문서로 협업의 품질을 결정하는 글쓰기 능력, 질문·요약·공감을 기반으로 한 대화의 기술을 다뤘습니다. 이 능력들은 단순히 소통을 잘하는 차원을 넘어, 기획자가 ‘사람을 통해 일하는 직무’라는 사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기반 역량입니다. 의도를 읽어내지 못하면 문제의 본질에 닿지 못하고, 글쓰기가 모호하면 협업의 효율이 떨어지며, 대화가 정돈되지 않으면 결정 과정이 매번 흔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기획자는 말과 글,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는 태도에서부터 자신의 전문성이 드러나야 합니다. 이 세 가지 능력은 서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의 사고 구조와 협업의 방식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실제 업무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들입니다.

 

3편에서는 이러한 기반 역량 위에 쌓이는 설득 구조, 도구 적응력, 일정 관리, 문제 정의력, 그리고 기획자로서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기획자는 결국 방향을 제시하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조율하며, 복잡한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해 팀 전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상대를 자연스럽게 납득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새로운 도구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적응력을 갖춰야 합니다. 또한 일정과 우선순위를 다루는 능력,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장기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태도까지 함께 준비돼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보다 고급 수준의 기반 능력들을 통해 기획자의 성장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야메군이란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25년 차 서비스 기획자. 네이버 웹/모바일 기획자 커뮤니티 웹(WWW)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메가엔터프라이즈, 짱공유닷컴, YES24를 거쳐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Pattern recognition과 Machine learning 기반의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한 연구. 최근 스타트업계로 이직, 반려동물과 온라인 피트니스 분야를 경험했고 자율주행 도메인을 거쳐 현재 SaaS 기반 Monitoring 도메인에서 유일한 기획자로 재직 중. 2016년 7월, 웹/모바일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서적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웹 기획”(정재용, 최준호, 조영수 공저) 출간. 2008년부터 약 15년간 서비스기획자의 성장을 위한 온/오프 강의를 통해 후배 기획자를 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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