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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하시는 분들 치고 인디고고(indiegogo.com)와 킥스타터(kickstarter.com) 모르시는 분들 별로 없을 만큼,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해외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입니다.  제 기억에 한 10년 전쯤부터 이곳을 통해 제품을 펀딩해왔는데, 크라우드 펀딩의 특징 중 하나가 세상에 없거나 뭔가 센세이션할만한 독특한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펀딩한 사람들에게 투자 금액에 상응하는 리워드(제품)을 제공하는 서비스 입니다.

 

문제는 그 제품 자체가 완전히 상용화된 제품은 아니다보니 제품에 여러 문제가 있을수도 있고,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문제가 좀 있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정도라면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영영 안올지도 모르니까요. 펀딩은 일종의 투자이고 투자에 따라 완성된 제품을 리워드로 제공하는 구조이니 일반 쇼핑몰에서 상용품을 주문하는 것과 달리 투자의 결과가 항상 성공적일 수는 없는 것이죠. 프로젝트 종료 일정을 못지키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최악은 제품 개발 중단.. 혹은 개발자 실종.. 내지 도주로 귀결되죠. 이러한 경험은 투자에 뒤따르는 당연한 위험성이지만, 막상 당하고 나면 속이 좀 쓰립니다. 

 

그나마 킥스타터는 관리가 잘 되는 곳이라 제품에 문제가 있을지언정 제품이 보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인디고고는 그 관리가 잘 안되는건지 모르겠으나, 캔슬되거나 사업취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유독 제가 선구안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구현이 불가능한 제품을 구현하겠다고 사기를 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디고고에서 제품 펀딩 후 날라버린 개x끼들이 제법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놈들이 빤스런을 했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1. The Minimal Phone - 인디고고

E-Ink 디스플레이와 쿼티 키보드가 달린 스마트폰. 펀딩 일자는 2024년 3월 18일. 350달러 펀딩. 이 글을 쓰는 2025년 10월 30일 현재까지 한 달에 한 번 꼴로 여러 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처음엔 내가 색상을 선택하지 않아서 배송이 지연되었다고 해서 원하는 컬러를 알려줬습니다. 그 후 언젠가부터는 한국 배송을 위한 개인통관고유번호와 한국어 이름과 주소가 없어서 배송이 안되었다고 하더니 지금은 제가 원하는 컬러의 재고가 없답니다. 그래서 생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군요.

 

 

그 후, 내가 원하는 컬러 말고 재고 있는 거 아무거나 보내달라고 하니 몇 일 회신이 없더니 오늘 자로 다음과 같은 이메일이 도착했고 요약하자면 "미안하다, 본사(캘리포니아)엔 재고가 없다, 3PL팀에 내용 전달했고 발송되는대로 트래킹 넘버를 제공하겠다." 입니다. 자사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서도 판매하고 있고 또 국내 구매대행업체들이 해당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다른 메이커들과 달리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Hello Junho, 
I sincerely apologize for the inconvenience and the delay in the delivery of your product. I understand how frustrating it must be to wait for something you have eagerly anticipated.
 
Currently, I am coordinating with our third-party logistics team to ensure that your order is processed and shipped as soon as possible. Unfortunately, I do not have any stock available at our office in California to send directly to you.
 
As soon as the 3PL team dispatches your package, I will immediately provide you with the tracking number so you can monitor its progress.
 
Thank you for your patience and understanding in this matter. Please feel free to respond to this email if you have any further questions or concerns.


대기업 마냥 엄청난 물량을 찍어내는 생산이 아닌 일일 생산량이 제한되어 있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제품을 못받고 있는 인디고고의 해당 상품 페이지에 남겨진 코멘트를 보면 펀딩 참여자가 저 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메일 피드백 조차도 사실 믿음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일단 제조사 측과 커뮤니케이션은 되고 있는 만큼, 좀 더 기다려보겠습니다. (안기다린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 후훗)

 

2. Lumapod - 인디고고

가볍고 견고하며 안정적인 구조의 카메라 삼각대. 2019년 3월 19일 펀딩. 배송비 포함 93유로. 현재 한화 가치로 약 15만원 가량. 만으로 6년이 넘었습니다. 3년 전인 2022년 9월 경에 개발 중단 및 파산을 선언하며 더 이상의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요. 밝힌 바에 따르면 제작 비용 단가의 상승을 개발 중단의 이유를 들고 있는데, 아마 당시 시점이 팬데믹 상황이라 중국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 그 원인이지 싶습니다. 

 

https://youtu.be/1REpKLwsqhQ?si=YPQOd1STZGuQyQGm

Lumapod 소개 동영상

 

물론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습니다. 무려 10억원이 넘는 금액을 펀딩 받고서도 자금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니까요.(물론 인디고고의 정책 상 펀딩 종료 즉시 일시불로 수량할 수는 없습니다만 펀딩 종료 시점에서 15일 이내 최초 정산금이 지급되고 InDemand 모드로 전환되면 4주에 한 번씩 분할된 금액을 정산받게 됨.) 제조사 측에서는 회사의 인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이나, 후원자 중 한 사람으로 볼 때 제품을 받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3. ssdBOX -인디고고

휴대용 무선 SSD. 2020년 즈음에 홍콩 달러로 1,085 달러(한화 현재 가치로 20만원돈이네요.)에 펀딩했습니다. 펀딩 목표액이었던 8만 달러를 8000%나 초과한 6,612,372달러를 펀딩한 제품. 한화 현재 가치로 94억 쯤 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인데, 바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다음에 소개할 제품과 함께 쌍두마차를 이끄는 희대의 개x끼들이죠. 후원자들과 개발과 관련된 내용도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놈들이고, 현재 인디고고에서도 흑역사로 생각하는지 아예 페이지조차 사라진 상태며, 제 펀딩 이력에서도 사라진 상태입니다. (다행히 펀딩 제품에 대한 배송 정보를 관리하는 연계 서비스인 pledgebox.com엔 이력이 남아있네요.)

 

 

이 제품을 보는 순간, 와... 이거 대박인데? 하는 생각을 했었고, 저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 모르긴 몰라도 수 천명은 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펀딩이 초대박을 친것이겠죠. 당시에는 물리 케이블의 연결 없이도 무선으로 대용량 파일의 관리를 할 수 있을거란 장밋빛 환상에 매몰되었으나 2020년 현 시점의 기술력으로 볼 때도 무척 현실성이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신용카드 크기의 작은 사이즈에 NVMe 보드와 컨트롤러, 방열 구조를 수용하는 것이나 내장 배터리 만으로 고속 SSD와 WiFi가 동시에 작동했을 때의 전력량은 커버되지 못했을겁니다. 더불어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구조 상 WiFi 6라 해도 150MB/s 일텐데 SSD 자체 속도인 1000MB/s 대비 무선 병목현상이 10배 이상 발생할테니 그저 SSD가 달린 무선 WiFi 저장장치(이 조차도 2025년도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상품입니다만)가 될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과연 개발사가 프로토타입 조차 안만들었을까 싶은데, 아마 만들고 보니 속도나 배터리, 과열 문제에 직면했을테고 신생 스타트업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의 특성 상 환불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에 상품의 상세 페이지나 펀딩 기록조차 사라진 지금에서는 나락으로 가버린 프로젝트라 할 수 있겠네요.

 

4.Leaf Mask - 인디고고

HEPA filter가 달린 투명 마스크.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10만원쯤 펀딩했던 것 같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할 때인 2020년 6월쯤 펀딩을 시작한 제품. 당시 코로나 공포에 편승해서 440만 달러란 어마어마한 금액이 모였는데, 현재 한화 가치로 62억쯤 되는 금액. 3번의 ssdBOX와 함께 희대의 개x끼로 인식된 제품인데, 펀딩이 종료되고도 6개월 후인 2021년 초 즈음에 제품을 보냈다는 이메일을 끝으로 회사가 망했는지 홈페이지 조차 사라진 상태. 물론 인디고고에서도 사라졌으며 펀딩 이력 조차 확인할 수가 없다.

 

 

당시 판매되던 마스크는 KF94 규격의 1회용 마스크가 주류를 이뤘고, 그마저도 구하기 어려워 정부에서 배급하는 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 상황.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에 시달리던 당시 공기청정기에나 달리는 HEPA filter가 마스크에 달려있고 미국 FDA에서 승인한 제품이라고 하니 그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겠죠. 그런데 그 결과는 그게 다 사기였습니다. N95/N99/N100급이라는 홍보, 미국 FDA 승인, 자가 살균이 된다고 홍보했으나 그에 걸맞는 성능을 갖추지 못했고 미국 연방법원에 후원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한국에 있는 저로썬 언감생심.. 이 제품 역시도 구경도 못한 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4개의 펀딩 실패 사례를 정리해봤는데요, 사실 대부분의 펀딩에서는 만족스러운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블로그에 이 글을 남기며 사용 중인 키보드(K3 Foldable Touch-Expanding Screen Keyboard)나 플래시(Wuben X3 EDC Flashlight), OBSBOT에서 출시한 Tiny 웹캠, AI 모바일 녹음기(HiDock P1 & P1 mini) 등 실패 사례보다 성공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펀딩 자체가 이와 같은 실패 사례가 공존하는 만큼 제품을 주문 후 오랜 기다림을 겪고 싶지 않은 분들이나 제품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크라우드 펀딩은 피하시는 게 답이겠죠. 현재 두 개 정도의 펀딩 제품을 기다리고 있는데, 부디 개발이 잘 완료되어 제 품에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야메군이란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25년 차 서비스 기획자. 네이버 웹/모바일 기획자 커뮤니티 웹(WWW)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메가엔터프라이즈, 짱공유닷컴, YES24를 거쳐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Pattern recognition과 Machine learning 기반의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한 연구. 최근 스타트업계로 이직, 반려동물과 온라인 피트니스 분야를 경험했고 자율주행 도메인을 거쳐 현재 SaaS 기반 Monitoring 도메인에서 유일한 기획자로 재직 중. 2016년 7월, 웹/모바일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서적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웹 기획”(정재용, 최준호, 조영수 공저) 출간. 2008년부터 약 15년간 서비스기획자의 성장을 위한 온/오프 강의를 통해 후배 기획자를 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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