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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야메군입니다.
이제 와서 고백하는 거지만, 저는 수포자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수포자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수학에 애를 먹는 건 변함없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수학을 대할 때 거부감보다는 흥미로움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많아졌죠. 수학을 포기하기 시작한 시점... 아마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운동을 한다는 핑계이긴 했지만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은 정말 손을 놨다 싶을 만큼 아예 내려놓고 살았습니다. 고 3 때 종합학원 다니며 바짝 공부한 덕택에 수능... 음.. 400점 만점이던 시절에 300점이 넘었으니 꽤 잘 봤다고 할 수 있는데, 수학은... 8점 나왔습니다.ㅎㅎㅎ
 

수학 싫어!!

 
찍어도 15점은 나올 수 있었을텐데, 자존심상 찍고 싶진 않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순백의 머리를 가졌음에도 열심히 풀었기에 정말 떳떳한 점수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 후에 대학을 졸업하고 아주 잠시 기자생활을 하다가 기획자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사실 기획자라는 직업을 택한 게 운명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수학과 관계없는 직무라 생각했던 측면도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엔 좋았습니다. 스토리보드 그리고 하는데 딱히 수학적인 지식이 필요치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수학적 지식을 요하는 업무들이 하나 둘 추가되었습니다. 통계라던가 매트릭스, 미/적분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수학은 2차 방정식도 가물가물한 판인데, 통계며 미/적분이며 하는 것들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막막하더라고요. 주위에 물어보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그럴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아니, 새로...)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에 내가 공부할만한 적당한 책을 찾아보니 만화를 소재로 개념과 원리, 쓰임새를 풀어놓은 책이 있더군요! 일단 만화가 순정만화여서 그다지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만, 개념과 원리가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어 있다 보니 책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통계와 미/적분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를 보며,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차 방정식도 모르는 제가 말이죠! 책을 통해 익히게 된 미분과 적분의 개념을 각각 알아보죠.
 

미분(Derivatives)
어떤 것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을 의미하고, 자동차의 속도계를 보고 특정 순간에 얼마나 빨리 달리고 있는지를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등산을 한다고 가정할 때 그 과정에서 걸을 때마다 고도가 바뀌게 되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수면 위의 높이를 그래프로 표시하면 어느 지점에 있든 그래프의 가파른 정도가 상승 또는 하강의 속도를 나타냅니다. 여기서 함수의 변화율을 측정하는 도함수를 통해 경사도와 속도 등을 계산하게 됩니다.
 
적분(Integrals)
누적 또는 총량을 다루는 영역입니다. 마치 자동차의 주행거리 측정기를 보고 이동한 거리를 확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물통헤 빗물을 모은다고 가정해 보죠. 비가 내리면서 물이 물통에 채워질 겁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이 물통에 들어오는 속도를 표시하면 통에 담긴 물의 양이 이 그래프 아래의 면적이 됩니다.

 

개념과 원리, 실무에 도움 되나요?

미/적분을 문제로만 접했을 때와 위와 같이 개념과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예시로 접근했을 때를 비교했을 때 이해도나 응용력의 차이는 정말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제 학창 시절에 제게 2차 방정식이나 근의 공식과 같은 수학적 지식을 이와 같이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있었다면 전 수학을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고 성인이 된 이후, 수학적 지식이 필요한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지도 않았을 겁니다.(다 핑계일 뿐.) 개념과 원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썰이 좀 길어졌는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약 15년 전부터 주니어 기획자의 기초 역량 향상과 개념 중심의 기획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강의 문의를 받았습니다.  
 

저는 실무 중심의 강의를 듣고 싶은데, 개념이나 원리가 실무에 도움이 되나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거두절미하게 말씀드리면, 답은 "물론이죠!" 입니다. 우리의 학창 시절을 되돌이켜보면 개념이나 원리를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을 겁니다. 단지 진도를 나가고 문제를 풀어보는데 포커스가 맞춰졌을 뿐이죠.(지금의 교과 과정이나 학습 스타일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보니 개념과 원리라는 의미를 떠올릴 때 "모든 학문의 시작점에 나오는 기본적인 내용 또는 지루한 이론"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위의 미/적분 예시와 같이 개념과 원리는 어떠한 상황, 사물, 현상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기반이자 그것을 응용하기 위한 기초 지식입니다. 이를 한마디로 정의해 본다면 "이론과 개념은 경험에 기인한 인사이트"라고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개념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기획자는 성장할 수 없다.

 
기획 포지션으로 업무를 시작하신 분들 중 각종 UI 오브젝트나 기획, 개발 관련 용어에 대한 설명은 여러 경로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서비스기획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 회원가입 서비스의 여러 개념들... 예컨데 고객이 딱 한 번 방문하게 되는 서비스임에도 그 중요성이 메인페이지 이상인지 또는 가입 이후의 Onboarding 설계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이유는 쉽게 접할 수 없었을 겁니다. 어쩌면 그러한 개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네요.
 
기획의 개념과 원리는 "인생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 Agnda가 아닌 철저히 실무적 관점에서 기획의 당위성을 높여주는 수단이자 키 메시지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기획의 당위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왜 기획을 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찾지 못함으로써 적절한 동기부여 요소를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개선에 필요한 성과 측정지표를 수립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울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본인의 기획안에 대해 협업자들에게 설명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르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만일 당신이 웹 베이스의 공지사항 게시판을 기획한다고 가정해보죠. 기획이 완료된 이후 개발자와의 리뷰 과정에서 개발자가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기획안을 보니 공지사항에 새로운 글이 등록되면 메뉴에 New 아이콘을 24시간 노출하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는데, 내가 이미 본 공지사항에 대해서는 New 아이콘이 Off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요? 만일 저라면 질문자를 이해시킬 수 있는 적절한 사례와 함께 공지사항의 목적과 개념을 전달하여 기획의 의도 즉, 왜 이렇게 기획했는지에 대해 전달하는데 포커스를 맞출 것 같아요. 아래 내용을 한 번 읽어보죠.
 

모바일에서 활용되는 푸시 알림의 경우 프로모션의 성격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열람 여부에 따라 New 배지 노출 여부를 제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공지사항의 경우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에서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단방향 전달성 게시물이기 때문에 열람여부에 따른 New 배지 노출여부를 연계시키는 것은 개발 공수의 측면이나 공지사항의 성격 측면으로나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공지사항의 전통적 관점에서는 신규 글이 작성된 이후 일정 시간 동안 노출시키는 스타일이 일반적이기도 합니다. 

 
어떤가요? 질문을 던진 개발자가 납득할 것 같나요? 위와 같은 형태의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던진 질문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모바일에서 활용되는 푸시 알림의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공지사항 게시판 서비스의 목적과 특성 그리고 이것들을 종합한 기획자의 인사이트가 정리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필요하다면 공지사항을 접하는 고객의 생각에 이르기까지 별 거 아니라 생각될 수 있는 공지사항 하나를 기획하더라도 그에 따른 원리와 개념이 뒷받침되어야만 하며, 이는 철저히 실무적 활용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그만큼 개념과 원리는 백 번 강조하더라도 부족할 만큼 중요하고 기획 역시도 다르지 않습니다. 
 

뭣이 중헌디?!

 
현업에서 실무자로써의 역량을 키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분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툴이나 언어를 배우고 활용하는 능력,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능력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개념과 원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내가 일을 하면서도 왜 그리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또한 그 의도를 이야기함에 있어서도 충분한 논리가 뒷받침되지 못함으로써 상대를 설득하는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죠.
 
당신이 기획자로써 무언가를 기획할 때, 항상 뒤따라야 하는 것이 바로 생각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생각에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가 있습니다. 여기에 "이것은 무엇인가?", "이것을 왜 해야 하는가?", "왜 이렇게 해야하는가?",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부합하는 케이스가 있는가?"와 같은 생각이 더해져야만 기획자로써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 기획자라는 존재의 가치를 보일 수 있는 중요한 역량이라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야메군, Web, Mobile, Digital 카테고리 SME(Subject Matter Expert). 서비스기획 21년차로 네이버 웹/모바일 기획자 커뮤니티 "웹(WWW)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짱공유닷컴, YES24를 거쳐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Pattern recognition과 Machine learning 기반의 Natural language processing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 최근 스타트업계로 이직하여 반려동물과 온라인 피트니스 분야를 경험했고 현재 자율주행 도메인을 거쳐, 현재 SaaS 기반의 APM Monitoring 도메인에서 유일한 기획자로 재직 중. 2016년 7월, 웹/모바일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서적,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웹 기획(정재용, 최준호, 조영수 공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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