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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야메군입니다.

저는 2008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기획자를 대상으로 하는 직무교육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강의를 해오다 보니 정확히 셈을 해보진 않았지만 얼추 다섯 자릿수 정도의 수강생을 만나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강의를 통해 성장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셨다는 분도 계셨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분이나 현재 고민 중인 업무의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는 분, 좋은 사수를 얻었다는 분, 직무의 방향성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강의를 접한 후 기획자로써의 길을 알게 되었다는 분 등 정말 다양한 말씀을 직, 간접적으로 들어왔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강의의 만족도가 낮았던 분도 더러 있었던 거 같고요.

 

어떤 강의가 좋은 강의 일까요?


하지만 첫 강의 시점에서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기획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건, 도움이 되었다는 분들이 그렇지 않은 분들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 분들이 많다는 건 여전히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의 공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기에 그 또한 적잖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죠.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비스기획이란 분야를 강의 커리큘럼으로 구성하고 이에 대한 강의를 시작한 건 아마 제가 처음일 거라 생각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제 강의 말고도 기획과 관련된 강의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처럼 개인 자격으로 강의를 진행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직무 교육 전문기업의 주도로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에 재직 중인 기획자들을 강사로 모시고 이슈를 끌만한 커리큘럼으로 강의가 진행되기도 했었죠.(직무 교육 시장 자체가 많이 쪼그라들어 더 이상 찾아보긴 힘들지만...)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의 자질이나 전문성, 커리큘럼의 완성도 등을 떠나 기본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강사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름의 소명 의식 내지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이런 생각이죠.

"내가 가진 지식을 전달하고 그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싶다." 
"내가 배웠던 것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다."

 

목적이 무엇인가요?

이러한 관점을 갖는 건 비단 저 하나만은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 여기서 문제는 가르치고자 하는 이들의 커리큘럼과 수업을 듣는 이들의 니즈 간에 간극입니다. 1:1 교육이 아닌 이상 배움을 원하는 분이 원하는 목적에 딱 맞춰서 교육을 진행할 순 없는 것이 현실이죠. 때문에 배움을 원하는 분의 입장에서 강의를 듣는 목적을 분명히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1. 장기적 관점에서 서비스기획자로써의 성장

2. 본인이 속한 비즈니스 도메인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 향상

3. 부족한 스킬 습득

4. 개념 습득

5. 온라인 서비스 설계를 위한 인사이트 습득

6. 기획 전반의 업무 프로세스 습득

7. 이직(취업)을 위한 준비
 

아무리 넓게 잡아도 기획 강의를 듣는 이유로 대략 이 정도가 있을 겁니다. 이런 다양한 목적이 존재할 텐데, 강의에 관심이 있어 이 글을 보시는 분 중 이 정도의 고민을 해보신 분이 계실까요?

 

아무래도 강사 각자의 전문 영역이 있고 수강생이 가진 모든 니즈를 충족하기는 어렵습니다. 교육을 받고자 하는 분이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고민해 보고 본인의 니즈에 맞는 교육을 택하시는 게 강의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싶다면 해당 강사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본인이 알고자 하는 부분이 해당 강사가 진행하는 교육을 통해 충족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각 커리큘럼에 대한 방향성 등을 문의하며 니즈에 맞는 강의를 택하는 것이죠.

 


적어도 배움에 있어서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만큼, 교육을 듣고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한 참여자의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 교육을 듣고자 하는 분들의 목적이나 지향점이 다르므로 불특정 다수에게 물어보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강의는 표준화된 공산품이 아니기에 A라는 사람의 높은 만족도가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간혹, 본인이 뭘 모르는지 잘 모르겠으니 본인이 모르는 걸 알려달라고 하시는 분들 혹은 커리큘럼을 제대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강의 신청을 하신 분이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 정말 우연히 커리큘럼과 원하는 배움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으리라 봅니다. 이 경우 참가 비용을 날리는 것과 더불어 시간의 낭비는 뼈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내 것으로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서 강사마다의 전문 영역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시 말해 하나의 강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본인이 원하는 A-Z 중 일부이고 여러 강사의 견해와 강사마다의 경험이 각기 다르기에 여러 강사의 강의를 통해 본인의 것으로 흡수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획이란 영역은 단 시간에 그 역량이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올라갈 수 없는 영역입니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걸 기다리지 못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강의를 들었다. = 즉시 도움이 될 것이다.

 
혹시 이런 등식의 성립을 기대하셨다면, 강의를 듣기보다는 Chat GPT에 물어보시거나 기획자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 문의하시는 게 훨씬 나을 수 있습니다. 비단 직무교육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강의는 강사가 가진 인사이트를 그 강사의 방식대로 풀어내므로 그것을 내 것으로 소화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는 야구에 빗대서 설명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야구의 규칙은 모르더라도 투수와 타자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아실 거예요. 이 중에 투수의 이야기를 해보죠. 투수가 포수에게 야구공을 던질 때 투심, 포심, 슬라이더, 커브, 포크, 싱커, 너클볼 등의 구종을  다양한 그립으로 던지게 되는데, 이러한 이유는 타자가 공을 치지 못하게 하거나 치더라도 수비수가 잡아 아웃을 시키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각 구종을 던질 수 있는 그립은 조금만 검색을 해보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흔하디 흔하게 공유되어 있습니다.

그럼 모든 이들이 각자 원하는 공을 쉽게 던질 수 있어야 하고 투수들 역시도 다양한 구종을 장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상 프로야구 투수들도 완벽하게 던질 수 있는 3개의 구종을 갖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들이 여러 구종을 던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립은 쫌만 찾으면 다 나오는데 그들이 운동 밖에 모르는 바보 이기 때문에 못 찾는 건지 혹은 그립 잡는 법을 몰라서 선배 투수들에게 물어보는 걸까요? 아닙니다. 원하는 구종 하나를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노하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오랜 시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수천번 던져보며 감각을 갈고닦아야 하기 때문에 그립을 알고 있음에도 쉽사리 던질 수 없는 것뿐입니다.

기획 강의 중 툴을 교육하는 강의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따라 하다 보면 금세 배우게 되죠? 그런데 그 조차도 반복적인 사용이 전제되어야 숙련도가 올라가고 단축키를 이용해서 보다 빠르게 작업할 수 있게 되는데 인사이트와 노하우라는 건 그 보다 덜할까요? 강사의 생각과 경험을 내 것으로 합치시키는 데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제 강의를 들은 지 몇 년 된 어떤 분이 어느 날 밤에 이런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대강 내용을 추려보면 이렇습니다. (밤이라 와인 한 잔 하고 보내신 모양인지 감성이 터지…)

주니어 시절,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을 땐 격하게 공감은 됐지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주니어 시절을
벗어날 즈음이 되니 일을 하다가 순간 순간
“아… 그때 그 사람이 이야기했던 게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땐 재미있기만 했는데, 지금 와서는
그때 들었던 강사님의 지식들이 저의 기획적 기반을 이루는 것 같아
정말 뿌듯합니다. 그때 이 강의를 듣지 못했다면 전 지금
어디쯤 머물고 있었을까요?


위의 분이 느낀 것과 같은 느낌이 바로 기획 강의입니다. 기획 강의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요? 당장 퍼포먼스를 내고 싶은가요? 물론 당장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식들은 충분히 경험하고 갈고닦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까지 스스로에게 조금 시간을 주세요. 1년? 2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개런티 할 수 없어요. 개개인의 차이는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건 도움이 될 겁니다. 왜냐고요? 그게 바로 경험이거든요. - END.

강의를 들은 후 모든 분들이 이런 행복감을 갖길 바랍니다.


야메군, Web, Mobile, Digital 카테고리 SME(Subject Matter Expert). 서비스기획 21년 차로 네이버 웹/모바일 기획자 커뮤니티 "웹(WWW)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짱공유닷컴, YES24를 거쳐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Pattern recognition과 Machine learning 기반의 Natural language processing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 최근 스타트업계로 이직하여 반려동물과 온라인 피트니스 분야를 경험했고 현재 자율주행 도메인을 거쳐, 현재 SaaS 기반의 APM Monitoring 도메인에서 유일한 기획자로 재직 중. 2016년 7월, 웹/모바일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서적,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웹 기획(정재용, 최준호, 조영수 공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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