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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프로 3는 2025년 9월 애플 이벤트에서 공개된 최신 무선 이어폰으로, 기존 세대와 비교해 향상된 음질과 배터리 성능, 그리고 실시간 통역 기능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외형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내부 프로세서와 마이크 성능, 소프트웨어 최적화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줍니다.

 

 

특히 실시간 통역 기능은 단순히 음악 감상이나 통화 편의를 넘어서, 이제는 이어폰이 언어 장벽을 허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도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원 언어는 초기 단계지만, 아이폰과 연동해 번역된 음성을 바로 귀에 들려주거나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분명 신선합니다. (출시 당시엔 한국어를 제외한 영어, 프랑스어 등 5개국어를 지원했으나 iOS 26.1 베타 버전에서 한국어가 추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는 일자 무식일만큼 문장 하나를 만드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외알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인데, 되도 않는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어찌어찌 현지 식당도 찾고 현지인들과 온전치는 않지만 대화도 나누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항, 호텔 체크인 할 때나 음식을 주문할 때 제대로 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늘 부족함을 느껴왔습니다. 그럴 땐 번역 앱을 켜고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던 과정이 늘 번거롭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러던 중 에어팟 프로 3세대 출시를 앞두고 실시간 번역 기능이 추가된다는 소식을 접했고 ‘에어팟만 귀에 꽂으면 통역이 된다니, 정말 실용적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과연 이 기능이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쓸 만한지,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있을지 직접 경험하고 싶어 바로 질러버렸습니다. (사실 이 목적이 아니었어도 질렀을 겁니다만..)

 

이번 리뷰에서는 바로 이 실시간 통역 기능을 중심으로 한 경험을 풀어보려 합니다. 여행 상황부터 일상적인 대화까지, 제가 느낀 편리함과 한계점을 솔직하게 공유해보겠습니다.

1. 실시간 통역 기능, 어떻게 작동하나?

에어팟 프로 3의 실시간 통역 기능은 기본적으로 아이폰과의 연동을 통해 동작합니다. 즉, 아이폰의 번역 앱과 iOS 내장 통역 기능을 활용하는 구조죠. 그래서 먼저 에어팟과의 페어링 후 아이폰 설정에서 통역 모드를 활성화하고,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결 과정은 직관적이었는데, 에어팟을 귀에 꽂고 에어팟 양쪽의 터치 부분을 길게 누르고 있으면 번역 모드로 전환됩니다. 

 

홈이 파여져 있는 부분을 길게 누르고 있으면 됩니다.

 

지원 언어는 iOS26 기준으로 아직까지 제한적이며 최근 개발자 버전으로 배포된 iOS26.1(베타)의 경우 한국어를 포함한 영어(미국, 영국), 일본어, 중국어(간체, 번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어어, 포르투갈어 등 9개 언어가 지원됩니다.

 

번역 품질도 언어에 따라 미세하게나마 차이가 있고, 또 환경의 차이도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1:1 대화의 경우엔 0.5초 내외의 딜레이타임이 발생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엔 문제가 없는 수준의 번역이 이루어지나 다수가 대화하는 환경에서는 아직 완벽하게 번역되지 않습니다. 또 한-영이나 한-일 간에는 꽤 안정적인 수준이었지만, 중국어나 스페인어 쪽으로 넘어가면 다소 어색한 번역이 이루어집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번역 기능을 이용하고 관련 빅 데이터가 충분히 수집된다면 이 문제는 차츰 개선될거라 생각됩니다만 아직 ‘모든 언어가 된다’라기보다는 주요 언어 위주로 쓸 만하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실제 구동 과정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한쪽 사람이 말을 하면 아이폰의 마이크가 이를 인식해 번역하고, 그 결과가 바로 제 귀에 꽂은 에어팟에서 재생되는 흐름입니다. 반대로 제가 말하면 제 목소리가 번역돼 상대방 아이폰 스피커나 화면을 통해 전달되죠. 짧은 인사말이나 질문 정도는 꽤 매끄럽게 이어졌습니다. 다만 문장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주변이 시끄러울수록 인식 정확도가 떨어져 대화 리듬이 끊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처음 사용했을 때는 “아, 이제는 이어폰이 통역기 리시버가 될 수 있구나”라는 신기함이 가장 크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니, 통역되는 텀과 정확도 때문에 여전히 ‘실험적인 단계’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 여행 시뮬레이션 해보기

실시간 통역 기능이 가장 빛을 발할 것 같은 순간은 역시 여행 중 낯선 언어를 마주했을 때일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해외에 나간 상황을 가정해 작은 시뮬레이션을 해봤습니다.

 

먼저 카페에서 주문하는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하면, 에어팟을 통해 영어로 자연스럽게 번역된 음성이 나왔습니다. 상대방이 대답을 해주면 곧바로 한국어로 제 귀에 전달되는 방식이었죠. 짧고 단순한 문장이라 그런지 대화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져 “정말 여행에서 쓸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을 묻는 상황도 테스트해봤습니다. “이 근처에 지하철역이 어디 있나요?” 같은 질문은 무난하게 처리했지만, 상대방이 빠르게 대답을 이어가면 번역 텀 때문에 제가 한 박자 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화의 텀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이 답답해할 수도 있겠다는 현실적인 부분이 느껴졌습니다.

 

번역모드에 진입하면 앱이 자동 실행됩니다.

 

택시를 타는 상황에서는 조금 더 난관이 있었습니다. 목적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가 긴 문장을 말하다 보니 번역이 중간에 끊기거나 어색하게 전달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공항까지 부탁합니다” 정도의 짧은 문장은 문제없었지만, “중간에 ○○호텔에 들렀다가 다시 이동해 주세요” 같은 복합 문장은 번역 결과가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실제 여행지에서 이런 경우라면 여전히 지도 앱이나 손짓 발짓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예상치 못한 번역 결과였습니다. 분명히 제가 평범하게 말했는데, 가끔은 의도와 전혀 다른 의미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동시에 실제 상황이었다면 다소 난감했겠다는 생각이 들법도 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단순한 여행 대화에서는 제법 쓸 만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주문, 길 묻기, 간단한 요청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었고, 오히려 ‘이어폰만 착용했는데 통역이 된다’는 경험 자체가 주는 신기함이 컸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복잡한 상황이 되면 아직은 보조적인 역할에 그친다는 한계도 분명 느껴졌습니다.

3. 정확도와 속도, 체감은 어떨까?

실시간 통역 기능을 며칠 동안 여러 상황에서 써보니, 가장 먼저 체감된 건 짧은 문장일수록 안정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물 한 잔 주세요”나 “지하철역은 어디예요?”처럼 단순한 요청은 거의 지체 없이 번역됐고, 의미도 크게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순간에는 ‘아, 진짜 실생활에서 꽤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였습니다.

 

반대로 문장이 길어질수록 오류가 늘어났습니다. 제가 조금만 길게 설명하면 번역이 중간에 끊기거나, 뜻이 어색하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내일 아침 9시에 체크아웃하고, 공항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예약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장을 말했을 때, 결과는 단순히 “아침 9시에 체크아웃”까지만 정확했고 그 뒤는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상대방이 이해하기엔 부족한 수준이었죠.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억양과 발음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또렷하게 또박또박 말할 때는 번역 정확도가 높았지만,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빠르게 말하거나 사투리로 말하는 경우엔 번역 정확도가 떨어졌습니다. 특히 주변이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제 발음과 배경 소음을 잘 구분하지 못해 오역이 늘어났습니다. 번역기용 발음을 따로 연습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ㅎㅎㅎ (다행히 제 발음은 많은 이들이 인정할 정도로 딕션이 좋은 편이긴 합니다. 하하하.)

 

속도 면에서는 생각보다 빠른 편이었습니다. 보통 제가 말을 끝내고 1~2초 안에 번역이 들려왔는데, 이 정도 텀은 대화를 이어가는 데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다만 빠르게 대화가 오가는 상황에서는 이 짧은 1~2초도 다소 길게 느껴졌습니다. 상대방이 답을 바로 했는데 제 귀에는 조금 늦게 도착하다 보니, 대화가 한 박자씩 어긋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짧은 질문과 대답에는 괜찮았지만, 서로 이야기를 길게 이어가야 하는 자리에서는 확실히 리듬이 끊겼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체감한 정확도와 속도는 “일상적인 문답형의 짧은 대화에는 충분히 유용하다. 그러나 긴 문장과 복잡한 대화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였습니다. 속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정확도가 그 속도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순간이 자주 있었던 셈이죠.

4. 다른 번역 앱과 사용성 비교해보기

에어팟 프로 3의 실시간 통역 기능을 테스트 해보면서 자연스레 기존에 사용하던 번역 앱들과 비교를 해봤습니다. 구글 번역이나 파파고 같은 앱은 이미 익숙하고, 문장을 입력하거나 마이크를 켜면 바로 번역 결과가 나오죠. 그와 달리 에어팟은 화면을 보지 않고 귀로만 번역 결과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UX 관점의 접근 방식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앱을 쓸 때는 늘 휴대폰을 꺼내 들어야 하고, 화면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어팟은 단순히 귀에 꽂고 말하기만 하면 되니 동선 자체는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마치 제 뒤에서 누군가 바로 통역을 속삭여주는 느낌이랄까요. ‘번역’이 아니라 ‘대화’에 더 가까운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용 통역기와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했습니다. 스마트폰 내 전문 번역 앱을 사용할 경우 스피커 출력이 크고, 화면에 번역된 텍스트가 바로 보여서 상대방과 함께 확인하기 좋습니다. 반대로 에어팟은 제가 혼자 번역된 결과를 들을 수 있지만, 상대방은 결과를 알지 보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상대에게 아이폰 화면을 보여주며 번역 결과를 전달할 수는 있습니다.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이 최신 iOS와 에어팟 3를 착용하고 있다면 굳이 화면을 볼 필요 없이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가 가능하겠지만, 한 사람만 위 조건에 충족된다면... 반쪽짜리 번역만 이루어지는 셈이 되겠네요.

 

다만 저는 이 차이를 ‘우열’이라기보다 ‘다름’으로 이해 했습니다. 스마트폰 내 전문 번역 앱은 ‘번역기’라는 정체성이 뚜렷하지만, 에어팟은 원래 이어폰입니다. 음악을 듣고, 전화를 하다가, 필요할 때 바로 통역기로 전환되는 경험은 기존 번역 도구와는 전혀 다른 흐름을 만들어줍니다. 이게 바로 에어팟만의 장점이 아닐까도 조심스레 생각해봤습니다.

 

결국, 에어팟 프로 3의 실시간 통역 기능은 “번역 앱이나 기기를 완전히 대체한다”라기보다는, 이어폰이라는 본연의 쓰임새에 ‘통역’이라는 옵션이 하나 더 붙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여졌습니다.


지금까지 에어팟 프로 3의 실시간 통역 기능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양방향 통역을 위해서는 상대방과 내가 둘 다 에어팟 프로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이어폰은 좌우가 한 세트이니 한짝씩 착용하고 번역을 지원하는 기능은 왜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고요. 번역 품질은 한영, 한일의 경우 간단한 대화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긴 대화에서는 다소 대화의 맥락이 끊기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영어권 국가나 일본어권 국가 여행 시에는 꽤나 괜찮은 아이템이 되겠다 싶고요.

 

아, 참고로 원어 영화를 보면서도 번역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이용해봤었는데... 이건 아직 멀었네요.ㅎㅎㅎ 주인공 1명 나오는 독백 영화라면 모를까.. 감정이 실리지 않는 목소리의 번역도 별로 였지만, 번역 자체가 잘 안됩니다.ㅎㅎ 이건 그냥 제 과욕이었던 것으로 정리할게요.ㅎㅎ 


온라인 공간에서 야메군이란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25년 차 서비스 기획자. 네이버 웹/모바일 기획자 커뮤니티 웹(WWW)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메가엔터프라이즈, 짱공유닷컴, YES24를 거쳐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Pattern recognition과 Machine learning 기반의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한 연구. 최근 스타트업계로 이직, 반려동물과 온라인 피트니스 분야를 경험했고 자율주행 도메인을 거쳐 현재 SaaS 기반 Monitoring 도메인에서 유일한 기획자로 재직 중. 2016년 7월, 웹/모바일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서적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웹 기획”(정재용, 최준호, 조영수 공저) 출간. 2008년부터 약 15년간 서비스기획자의 성장을 위한 온/오프 강의를 통해 후배 기획자를 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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