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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덕의 세계로 빠져드는 경우, 필연적으로 겪는 병이 바로 장비 병입니다. 물론 음악 뿐만 아니라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역시 동일한 단계를 거치곤 하는데, 저 역시도 작년까지 극심한 장비 병에 빠져 이어폰, 헤드폰, DAC, DAP, 커스텀케이블 등을 지렀다가 금세 팔아버리고 다시 지르는 과정을 반복하는 한 해를 보내다가 올해들어 장비에 대한 강박관념을 조금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뭐?! 그럼 그간 P2와 NobleAudio Kaiser encore와 Sony MDR-1000x, CHORD MOJO, Cozoy Rei를 질렀던 건 뭐지?!
그 와중에 네이버 리얼사운드 카페에서 생전 처음으로 이벤트라는 것에 당첨되어 올해 COWON에서 출시한 EH3 BT 블루투스 이어폰 리뷰를 써보게 됐습니다. 이런 기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테니, 최대한 객관적인 견지에서 조목조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척 단촐한 패키지,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박스를 개봉해보니 일반적인 소프트 파우치보다는 조금 더 단단한 재질의 파우치 하나와 EH3 BT 이어폰 본체, 짧막한 5Pin 충전케이블, 그리고 이미 장착된 中 Size의 실리콘 팁과 두 종류의 실리콘(小, 大 Size) 이어팁, 그리고 한 종의 폼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중에서 5~6만원대로 형성된 제품의 가격대를 생각한다면 짜임새 있게 있을 건 다 있는 패키지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체 심플한 구성이라 뭐 특별히 패키지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 일단 꺼내서 바로 들어보기 위해 전원을 켜봤습니다.
음.. 꽤 오랜기간 전원버튼을 눌렀는데 전원이 안들어오네요?! 왜 이러나 싶어 5Pin 케이블을 연결해보니.. 방전됐었나 봅니다..ㅋㅋㅋ 본의 아니게 완충시간부터 확인하게 됐네요. 먼저 컴퓨터 USB 단자로 충전해봤는데 약 1시간 20분 가량이 소요되네요.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속도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짧은 충전시간 만큼이나 짧은 플레이타임인데, 약 5시간 정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완충 기준으로 4시간 가량이면 완전방전 되는 것 같습니다.
보통의 블루투스 이어폰이 처음 사용할 때 다 그렇듯 EH3 BT 이어폰도 투 액션에 따라 전원을 켜고 페어링을 거쳐 디바이스와 연결됩니다. 먼저 전원 버튼을 2초 가량 눌러 전원을 켠 후, 다시 5초 가량을 꾹 누르고 있으면 작은 LED에 빨간 불과 파란 불이 교차로 들어오며 페어링 모드에 진입합니다. 이제 디바이스에서 EH3 BT 이어폰이 보이고 선택해주면 페어링 과정 끝!! 자.. 그럼 이제 제가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여전사의 친근한(?)멘트.. 그리고 언밸런스한 조작리모콘... 흠...
솔직히 이건 좀 아니다 싶습니다. 소니 블루투스 이어폰을 써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무척이나 상냥한 목소리의 여인네가 "Power On, Bluetooth Connected"란 멘트를 날리며 디바이스와 페어링 되었음을 안내해주는데, 오늘의 주인공인 EH3 BT 이어폰은 마치 내부 직원이 자체적으로 녹음한 것 같이 무척 걸걸한 여장부 스타일의 여인네가 위의 멘트를 들려줍니다. 근 일주일을 테스트하면서 하루에 서너 번씩 들고 있어 적응이 될법도 하지만.. 아직은 아닌가봐요... 가능하다면 펌웨어를 통해 성우를 좀 바꿔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마.. 안되겠지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EH3 BT 이어폰을 관심있게 보신 분이라면 오버이어 형태로 귀에 걸어 착용한다는 것을 아실텐데, 여타 케이블과 달리 EH3 BT는 귀 형상을 잡아주는 와이어가 펴져있습니다. 때문에 착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귀에 맞게 몇 번에 걸쳐 최적의 모양을 만들어야만 안정적인 착용이 가능합니다. 제가 착용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하는 이유는 그간 BA가 여러 개씩 들어가있는 큼지막한 유닛의 이어폰들을 사용하다보니 유닛 하나에 다이나믹 드라이버(Dynamic Dirver) 2개가 들어간 EH3 BT 이어폰의 유닛은 한 없이 작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늘 귀를 꽉 채우는 느낌의 묵직하고 한 덩치하는 유닛을 쓰다 귀에 착용한 듯 안한 듯 한 가벼운 유닛을 쓰니 처음엔 잘 적응되지 않았지만, 이래저래 와이어를 만지며 제 귀에 알맞는 모양으로 손을 보니 이것만큼 편한 게 없는 듯 합니다. 마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더불어 EH3 BT 이어폰에 기본으로 장착된 이어팁이 중(中)형 실리콘 팁인데, 귀에 고정되지 않는 느낌이 있어 번들 폼팁으로 교체하고 나니 확실히 착용감이 나아진 느낌입니다. 물론 이 경우 고역대가 다소 죽고 저역대가 살아나긴 하지만, 착용감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폼팁도 좋은 선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어팁을 교체하고 착용해보니 오른쪽 유닛의 케이블에 달려있는 조작리모콘의 위치가 좀 애매합니다. 몇 년 전에 사용했던 소니 SBH80 블루투스 이어폰은 목 뒷쪽에 전원 버튼이 달린 널직한 라운딩 형태의 배터리가 있어 안정감을 주며, 양 측 유닛 케이블에 볼륨과 전화받는 버튼이 나뉘어 있어 밸런싱이 잡혀있습니다. 하지만 코원 EH3 BT 이어폰은 한 쪽 유닛에 배터리를 겸한 조작 리모콘이 달려있다보니 편안한 착용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배터리 부분이 가볍다보니 일단 유닛을 착용하고 나면 그다지 무게감이 느껴지는 수준 아닙니다만, 은근히 걸리적거리긴 하네요. 이 부분은 차기 버전이 나오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어느 정도는 감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유닛 1개 당 2개씩 총 네 개의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듀얼 다이나믹 드라이버(Dynamic Dirver)를 통한 음악을 듣는 즐거움!!
EH3 BT 이어폰은 전형적인 V자 형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저역대와 고역대의 확실한 강점을 가졌기에 강렬한 Rock 계열, 소편성 Jazz나 Hip-Hop 장르에 탁월한 편입니다. 다만, 제조사인 코원이 밝힌 것과 같이 "어떠한 음악 장르도 소화하는 폭넓은 음역대와 정교하고 균형 잡힌 밸런스가 더해져 그 감동과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까지는 아닙니다. 실제로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들어본 결과, 보컬 중심의 음악들은 확실히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키지만 클래식 계열의 연주곡 특히,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경우 다소 뭉개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전문적인 장비를 바탕으로 저, 중, 고역대를 측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분명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클래식을 듣기엔 별로이기 때문에 안좋은 이어폰이다." 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며, 이어폰마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기 마련이고 밸런스형 이어폰임을 강조하는 이어폰들도 강점과 약점이 나뉘는 만큼, 특정 장르의 음악에 약할 수도 있다는 것은 반대로 어떤 장르에는 확실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개중에는 이도저도 아닌 이어폰도 간혹 있긴 합니다만...
저는 이번 리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테스터의 스탠스를 취하기보단 순수하게 음악을 듣는 입장에서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한 관점으로 접근했고, 그 과정에서 사용했던 조합과 음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디바이스 : iPhone 7+
플레이앱 : Relisten Player ($54.99 x나 비싸!!)
청취장르 : Classic, Jazz, POP, Rock, Hip-Hop, Musical OST 등.
실내볼륨 : 40%
실외볼륨 : 65%
볼륨은 실내와 실외로 구분해봤는데요, 실내의 경우엔 대략 40% 정도면 만족할만한 음량이 나온 것에 비해 실외에서는 볼륨을 60~65%쯤은 키워야 외부 소리에 대한 차음성이 보장되는 듯 합니다. 65% 정도의 볼륨에서의 차음성은 아주 우수한 편이나, 요즘의 인이어 이어폰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인 만큼, 큰 매리트로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클래식(Classic) 장르 - 대편성은 NG, 소편성은 OK.
Mozart_Violin Concerto In D Major - Allegro(FLAC/48/24bit)
클래식 장르에도 교향곡과 같이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곡이 있는 반면에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독주나 3중주, 5중주 등 편성 방식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는데,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많은 악기들이 편성된 오케스트라 곡과 EH3 BT의 조합은 그닥 어울리지 않는 듯 합니다. 전문적인 리뷰어만큼 디테일한 표현을 하진 못하지만 뭐랄까요.. 같은 음역대의 악기들은 다소 뭉개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분명 연주에 사용된 바이올린은 몇 개일텐데 한 두개 쯤으로 들리는 느낌이라면 조금 이해가 되실까요? 특히 중음역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때문에 클래식 특유의 조화로운 음색이 희석되는 편 입니다.
하지만, 독주나 악기가 겹치지 않는 형태의 합주 곡은 나쁘지 않은 편이며, V자 형 특유의 음색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의 미려함을 잘 표현해주는 만큼,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재즈(Jazz) 장르 - Buena Vista Social Club 정도라면 OK!!, Swing Jazz는 SoSo..
Buena Vista Social Club - Veinte Anos (FLAC/48/24bit)
다이나믹 드라이버의 특징일지는 모르겠지만, EH3 BT의 리듬감이 전반적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통통튄다고 해야 할까요? 음원의 특징일수도 있지만, EH3 BT로 듣는 대부분의 음원에서 듣는 즐거움을 느끼게 만듭니다. 아.. 춤을 못추는 저도 절로 어깨춤을 추게 할만큼 그루브한 리듬이 일품이네요. 서너가지의 악기조합 만으로도 음악의 감성을 100%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부에나 비스타 앨범의 만족도가 이 정도인데 좀 더 신나는 리듬의 Swing Jazz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King Of Swing Orchestra의 Sing Sing Sing를 들어보니, 대편성의 오케스트라 곡에서 느꼈던 뭉개짐 현상이 느껴지더군요. 다만, 클래식곡과 달리 강렬한 타격감과 저음역과 고음역대를 넘나드는 약기의 궁합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을 즐긴다는 관점에서는 그리 나쁜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팝(POP) 장르 - 제법 괜찮은 조합, 아... 싄난다!!!
Blue Swede - Hooked On A Feeling (FLAC/48/24Bit)
사실 팝 장르는 제가 그리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다보니, 잘 듣게되지는 않지만 그 중에서 듣는 팝 비슷한 장르가 1974년에 데뷔한 스웨덴 그룹 Blue Swede의 앨범들입니다. 정확히는 팝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팝에 제일 가까운 축에 속하는데, 마블영화인 "갤력시 오브 가디언즈" 보시면 나오는 바로 그 곡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들어보니 팝보다는 블루스나 디스코 계열에 더 가깝네요..ㄷㄷㄷ 장르의 무지함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제법 괜찮은 조합으로 보입니다. 전자계열의 악기들과 상성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뿅뿅뿅 거리는 소리들이 EH3 BT와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제가 좀 올드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듣는 다른 팝 앨범이 뭐가 있나 찾아보니.. 컨템포러리 팝 계열의 옛날가수 Barry Manilow가 있네요. 도대체 제가 듣는 팝은 왜 다 이 모양일까요? 여튼, 이쪽 앨범들도 제법 상성이 좋고요, 그 이외에 Zendaya가 부른 Neverland나 Nick Jonas가 부른 Believe와 같은 비교적 최신(?)팝 곡들도 잘 소화해줍니다. 그 중에선 Christina Aguilera의 Anywhere But Here가 귀에 팍팍 꽂이네요.
사실 이 이외에도 더 많은 장르의 음악들을 들어봤는데, 보컬이 강조된 곡들은 보컬의 성별을 크게 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요즘 한창 재미있는 MBC 드라마 역적의 OST를 듣기에도 괜찮아보이고요, 아카펠라 그룹 Az Yet나 Pentatonix의 화음을 즐기기에도 충분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팝페라로 유명한 임형주의 앨범이나 Josh Groban의 앨범은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높은 만족도를 보입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EH3 BT로 듣기에 좀 애매한 장르는 대편성 클래식 이외에는 평균 이상의 만족도를 가질 수 있을 것 같고요, 오히려 음악 그 차제보다는 하드웨어적 인터페이스의 아쉬움이 더 두드러지는 편 입니다. 하지만 음질에서만큼은 동급 블루투스 이어폰, 대략 5만원에서 15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판매되는 제품들 중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관점에서는 최고의 이어폰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단순히 가성대비로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암요. 그렇고 말고요.
야메군. Web와 Mobile, Digital 카테고리 SME(Subject Matter Expert). 웹기획 15년차로 네이버 웹기획자 커뮤니티 "웹(WWW)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짱공유닷컴, YES24 등의 회사를 거쳐, 현재는 민간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Pattern recognition과 Machine learning,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해 연구했으며, 2016년 7월 7일,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으로 위한 Guide Book "처음부터 다시배우는 웹기획(정재용, 최준호, 조영수 공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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