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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웹기획가이드를 올려봅니다. 요즘들어 제 건강과 컨디션 문제로 인해 집필과 블로깅 둘 다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제 책을 기다리시는 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책을 기다리시는 분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짬짬히 웹기획가이드를 이어서 연재하겠습니다.


오늘은 서비스를 기획 함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느정도 모양새를 갖춘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기획부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타 부서와의 요청이나 협업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를 필연적으로 접하게 됩니다. 여기서의 타 부서란 주로 마케팅이나 운영부서가 될 것이고, 쇼핑몰이라면 매출을 담당하는 MD부서가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타 부서와의 협의가 필수적이지 않은 기획부서 자체 프로젝트의 경우 비교적 깔끔하게 진행되지만, 타 부서의 요청에 따라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경우는 서로에게 원망만 쌓은 채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이런 시츄에이션이겠죠?


CASE. 01 마케팅부서 A 과장 : 우리 이번에 XXX 프로모션을 하려고 하니까, 기획 좀 해줘요.

CASE. 02 운영부서 C 팀장 : 백오피스에서 1:1문의 답변하기가 너무 불편해요, 개선 좀 해주세요.

CASE. 03 MD부서 D 대리 : 개편할 때 기획전도 같이 개편해주세요.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기획자라면 이런 상황이 그리 낫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다음 스텝으로는 십중팔구 서로가 서로를 욕하고 뒷담화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 기획팀 왈 : 쟤넨 아무것도 안갖고 오면서 해달라는 말만 툭 던지고 가버려. 생각이 없어.

- 타부서 왈 : 기획팀에선 맨날 오래걸린다, 힘들다며 매번 진행을 안해줘. 일을 하긴 하는거야?


여러분의 회사에서는 어떤가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런 상황... 비교적 흔하게 접하는 상황일 겁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하게 되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정책의 유무에서 시작합니다. 어떠한 기획을 하던 간에 그 기획의 뿌리에 해당하는 정책이 부실할 경우, 아무리 작은 규모의 서비스라 할 지라도 서비스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최악의 경우 서비스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냥 싸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자.. 이 시점에서 여러분이 일반적인 자유게시판 하나를 기획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게시판의 UI나 UX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죠? 바로 정책입니다. 게시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글 작성이나 열람을 위한 권한을 둘 것인지, 게시판 내 각각의 게시글을 SNS나 블로그로 퍼나르는 기능을 둘 것인지와 같은 높은 수준의 정책부터 게시판 목록에서 게시글 각각의 제목을 몇 자까지 보여줄 것인지, 새로운 글이 등록 될 때 New 아이콘을 몇 일이나 보여줄거며, 깜빡이게 할 지 고정형으로 둘 지와 같은 낮은 수준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별 것 아닌 게시판 하나를 만들더라도 고려해야 할 정책적 요소들은 수십 가지가 따라붙게 됩니다.


그런데, 보다 큰 단위의 서비스라면 더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겠죠? 앞에서 마케팅이나 운영, MD포지션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거나 개선하게 됐을 때, 정책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선뜻 웹기획을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정책이 불명확하거나 없는 상태라면 레이아웃을 배치하고 UI, UX를 고려하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정책을 선행 정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각 부서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야 하는 서비스의 경우엔 해당 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그 당사자가 가장 잘 알 수 밖에 없습니다. 웹 기획자는 단지 그 뼈대에 살을 덧대고 모양을 만들게 되는거죠. 다시 말해 왜 그것을 해야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요건에서부터 타깃이 누구이고, 어떤 흐름(프로세스)으로 진행되며, 언제까지 작업이 되어야 하는지 같은 세부적인 요건 정의가 이루어져야만 웹/모바일 기획부서에서 비로써 기획을 진행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기획부서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타 부서의 잘못만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조금 더 들어가보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거 기획하려면 요건이 필요하니까 요건부터 정리해서 가지고 오세요."


생각이 없는 기획자라면 "안된다."부터 이야기 하겠지만, 조금 더 전향적인 기획자라면 위와 같은 멘트를 전달할 겁니다. 그런데.. 웹/모바일을 떠나서 기획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부서에서는 이 "요건" 자체를 어렵거나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이 점을 간과한 상태에서 그저 "요건만 가져와라." 한다면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기획자와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조금 더 생각을 갖춘 기획자라면 각 부서에서 요청하는 각종 서비스 민원에 대해 그 유형을 분류하고 어떤 내용이 있어야만 기획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 정도는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요건이 없어서 안된다."는 말을 반복하기 보다는 이러이러한 요건을 정리해야만 기획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거나 더 나아가 한 두 장짜리 요건 개요문서를 전달하고 빈 공간을 채워오게 함으로써 보다 유기적인 진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에서 프로모션 기획 협조가 들어왔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필요한 정책적 정의는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이 필요할 겁니다.

 

 프로모션 명

 

 이벤트의 메인 카피 (필요에 따라 서브카피까지 요청.)

 진행목적

 

 프로모션의 진행목적, 진행을 통해 어떤 결과를 얻고 싶은지에 대한 서술.

 기대효과

 

 진행목적에서 언급한 얻고자 하는 결과의 정량적이고 구체적인 서술.

 진행일정

 

 언제 런칭되어야 하고 언제까지 진행할 것인가?

 참여대상

 

 프로모션에 참여할 대상은 누구인가?

 내용/진행방식

 

 프로모션 진행의 기본적인 흐름은 어떻게 되는가?

 경품/혜택

 

 어떤 경품을 줄 것인가? 수급이나 협의(발송주체 등)는 어디와 해야 하는가?

 진행요건

 

 체리피커를 어떻게 처리할 지 등의 프로모젼 진행규약. 

 페이지구성 요약

 

 프로모션을 위해 진행되어야 할 웹/모바일 페이지의 종류와 규모.

이벤트 프로모션 진행을 위한 개요표.


프로모션을 진행 함에 있어서 이 정도의 정책적 정의만 되어 있다면 기획이 수월하게 진행될 뿐만 아니라 프로모션의 성공여부까지도 결정되는 것이죠. 이러한 정책정의 없이 "새로 이벤트 하나 하려고 하니까 기획 좀 해주세요." 라고 던져버리면 기획부서에서는 답이 나오질 않고, 이런 상황에서도 어찌어찌 우격다짐으로 기획을 했지만 요청부서의 의도와 거리가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면 기획 제대로 못한다고 뒷담화를 하게 되죠.

 

물론 서로 바쁘기에 쉽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대화와 공감을 통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며, 회사에서 니 일과 내 일을 구분하기에 앞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 것 혹은 내가 해줘야 하는 것과 상대에게 필요로 하는 것을 요청하는 등의 명확한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의 성공여부를 떠나서 이슈를 결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과정이라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의 공감댓글 한마디가 더 좋은 글이 나오는 원동력이랍니다. 글을 통해 도움이 되셨거나 기획과 관련해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야메군. Web와 Mobile, Digital 카테고리 SME(Subject Matter Expert). 웹기획 18년차로 네이버 웹기획자 커뮤니티 "웹(WWW)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짱공유닷컴, YES24 등의 회사를 거쳐, 민간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Pattern recognition과 Machine learning,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해 연구. 현재 하나투어에서 데이터 기반 서비스 설계 중. 2016년 7월 7일, 웹/모바일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으로 위한 Guide Book "처음부터 다시배우는 웹기획(정재용, 최준호, 조영수 공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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