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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aaS 기반 IT Monitoring 1위 업체 Whatap Labs

 

지난 2022년 11월, 저와 친분이 있던 지인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SaaS기반의 Monitoring 솔루션 업체, 와탭랩스(Whatap Labs)에 입사했습니다. 지인들의 우려란 "서비스 기획자인 니가 그 회사에 가서 뭘 할 수 있느냐?", "넌 거기서 3개월도 버티지 못할거야."와 같은 반응들이었죠. 사실 저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자리에서 "도대체 이 회사에서 기획자를 왜 뽑으려는 겁니까?"를 질문할 정도로 스스로도 기획자의 필요성에 의문을 품을 정도였습니다.

 

와탭랩스에서 다루는 비즈니스 도메인이라는 게 23년 가까이 일한 저로써도 무척 생소한 IT Service Monitoring 영역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서비스의 고객층은 소위 기업의 시스템 운영인력이라 불리는 SE(System Engineer)나 SM(System Management) 그리고 DBA(Database Administrator) 포지션이죠. 한마디로 B2C 중심으로 쌓아온 인사이트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도메인 경험이 전무한 시니어 기획자가?

온라인 비즈니스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저로써도 DBA 정도를 제외하곤 SE, SM 포지션의 인력들과는 업무적 접점이 거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 이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수준... 이직 자체에 그닥 두려움이 없던 저조차도 머릿 속으로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를 수십 번 고민했고, 하나의 챌린지라는 마음으로 여차저차해서 결국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처음 당면한 문제는 용어의 생소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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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일을 하며 어깨 너머로 들어봤던 트랜잭션, 인스턴스, 토폴로지부터 쿠버네티스(Kubernetes, K8s), HTTP Call, Method, MSA 호출 패턴, 힙 메모리, TPS, Thread Dump, 메트릭스 차트, 스택, 큐브 등등 듣도 보도 못한 저세상 용어들을 접하며 이건 뭔가 싶더라고요. 대부분 생소한 용어였기에 모르는 건 검색을 하거나 물어가며 순백의 두뇌를 조금씩 채워가던 중, 기획 오더가 떨어지고 좌충우돌하며 개선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수행하다보니 어느 새 1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Web Application Monitoring 운영 예시


그 과정에서 시스템 운영업무 담당자가 아니라면 접해보기 힘든 희소성 있는 경험들을 해봤고, 분석을 수행하기 위한 정보 인지의 흐름을 배웠습니다.(다만 흐름만 알고 있을 뿐, 트랜잭션 데이터나 스택 정보를 보며 뭐가 문제인지는 아직 모릅니다.ㅎㅎㅎ) 더불어 대시보드를 구성함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도 배웠고요. 이렇게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과정은 약간이나마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저에게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고 또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Monitoring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씩 넓혀 나가다보니 문뜩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이렇게 어려운거지?"
 

SaaS라는 게 고객이 별도의 도움 없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어야 하는데, 왜 우리 서비스는 이렇게 어려울까하는 생각. 고객이 자사 서비스 환경에 에이전트를 설치하는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에이전트를 통해 수집된 다양한 데이터들을 어떻게 어떤 순서로 봐야하는지, 서비스 내 어떤 장애가 발생했을 때 어떤 것을 보며 장애를 인지하고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지, 수집된 데이터를 보며 어떤 지점에서 튜닝을 하고 최적화를 해야할 지 등등은 서비스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APM의 Hitmap 트레이스 분석 UI의 일부 발췌

 

정확히는 알려주지 않는다기 보다 제공된 메뉴얼 또는 기술문서를 통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그런데 이런 느낌, 그간 제가 써오던 여러 솔루션들에서 전달되던 느낌과 우리 회사 솔루션의 느낌이 같더라고요. 마치 이런 느낌이랄까요?


"우리 솔루션 킹왕짱이야!"

"여기 메뉴얼 있으니까 잘 읽어봐. 그런데 활용은 알아서 해봐."
 

물론 이러한 느낌적인 느낌은 제가 Monitoring 툴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의 경험 내지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Whatap 서비스의 모든 고객이 숙련된 시스템 데이터 분석 경험을 갖춘 게 아닐텐데, 너무 중, 고급 사용자를 포커스로 서비스가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더라고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SaaS 시장이야말로 롱테일 전략이 필요한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SaaS를 표방하는 많은 솔루션 기업들의 상당수는 대기업과의 계약에 목을 매는 경우가 많을거라 보고 있습니다.

 

좀 쉽게 만들면 안돼?

물론, 스타트업 시장의 규모나 연속성의 불확실함으로 인해 꺼려질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스타트업에서 Monitoring 솔루션을 비롯한 여타 SaaS 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이를 어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거라 봅니다. 더불어 당장의 매출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솔루션 기업의 특수한 상황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기술 개발, 고도화에 올인해야 하는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뭔가 추상적인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보단 "쉽다."는 직관적인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면 매출에 도움이 안되는 걸까요? 아니면 쉽다는 아이덴티티 때문에 대기업은 그리고 시니어 레벨의 중, 고급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외면하게 되는 걸까요?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졌다는 가정이라면 기술적 차별화에 몰입되기 보다는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끔 방향을 틀어보는 게 타 사와의 경쟁력 측면에서 더 나은 게 아닐까요?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갖춰놓는데 주력할 게 아니라, 그냥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더 어필되는 요소가 아닐까요? 이러한 질문은 비단 제가 재직 중인 Whatap 뿐만 아니라 SaaS를 지향하는 모든 솔루션 비즈니스 업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입니다. 

 

시작부터 놀라게한 박스히어로 서비스의 Onboarding UI

 

얼마 전, 박스히어로라는 물류 SaaS 서비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나름 커머스 도메인 밥을 오래 먹었던 지라 물류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 제 기억에 물류는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박스히어로 서비스를 접하며 느낀 첫 인상은 "물류가 이렇게 쉬운 영역이었나?!" 입니다. 일단 온보딩(onboarding)이 잘 갖춰져 있었고 고급 사용자와 캐주얼 사용자를 구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가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튜토리얼(tutorial)을 통해 각 기능에 대한 설명이나 그 다음에 해야할 과정에 대한 설명까지 잘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물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용자라 할지라도 재고의 입고나 출고 관리 등을 손쉽게 해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Whatap을 물류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도메인이 다르니 말이죠. 하지만 분석이라는 어려운 영역이라면 이것을 더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물류의 손쉬운 접근보다 더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팅을 위한 전반을 단계적으로 구성해놓은 UI

 

이미 Whatap에는 서비스를 쉽게 만들고 주니어 사용자가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 있습니다. 또한 분석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임직원들도 많이 있습니다. 국내외 경쟁사들이 기술 개발이나 신규 상품의 개발 그리고 학습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데 포커스를 둘 때, 더 쉽게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쉬운 서비스"를 지향하는 것이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키 메시지가 아닐 지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봅니다.

 

다음의 계획은?

일단, 입사한 지 1년여 되는 시점에서 저의 챌린지는 안타깝게도 실패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머지 않은 시기에 이직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다음 행선지를 결정해야 한다면 아래와 같은 기준이 적용될 것 같습니다.

 

1. B2B 보다는 B2C 기업

2.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이 필요한 기업

3. 제법 그럴 듯한 비즈니스 모델에 비해 아하! 모먼트(Aha! Moments)를 발굴하지 못한 기업

4. 그로쓰해킹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싶지만 그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기업

5. 조직 구성원의 성장과 기업의 성장을 동일 선상에 두는 기업

6. 또는 쉬운 사용환경 구축에 방향을 두는 기업

 

위의 기준에서 보는 것처럼, 이직에 있어서 기업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 제 개인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일 위의 기준에 1개 이상 부합하는 기업이 있다면 언제든 기꺼이 찾아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다음의 글도 같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화번호 : 010.5183.8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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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amestyle.com/507

 

내가 가진 특징과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안녕하세요, 야메군입니다. 현재 근무 중인 직장, Whatap Lab에서 근무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 회고 겸 그간의 레퍼런스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서비스 기획자로써 직무 관련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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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에서 야메군이란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23년 차 서비스 기획자. 네이버 웹/모바일 기획자 커뮤니티 웹(WWW)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메가엔터프라이즈, 짱공유닷컴, YES24를 거쳐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Pattern recognition과 Machine learning 기반의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한 연구. 최근 스타트업계로 이직, 반려동물과 온라인 피트니스 분야를 경험했고 자율주행 도메인을 거쳐 현재 SaaS 기반 Monitoring 도메인에서 유일한 기획자로 재직 중. 2016년 7월, 웹/모바일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서적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웹 기획”(정재용, 최준호, 조영수 공저) 출간. 2008년부터 약 15년간 서비스기획자의 성장을 위한 온/오프 강의를 통해 후배 기획자를 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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