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설문조사 작성을 위한 가이드
최근 회사 비즈니스의 올바른 방향성 정립을 위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작성하고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득 20여 년 전 미숙했던 시절의 제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당시 10개 문항 정도의 간단한 설문조사를 만들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 조차도 끙끙대며 만들던 부끄러운 기억. 당시의 제 모습을 회상해 보며 설문조사 작성 경험이 없거나 적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 설문조사에 대한 개념과 올바른 작성 방법 그리고 케이스 등을 통해 실패 없는 설문조사 작성 방법을 전해보려 합니다.
설문조사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만...
제가 활동하는 기획자 중심의 단톡방을 보고 있자면 하루에도 서너 번의 설문조사 요청 메시지가 올라오곤 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은 기획적 근거를 마련하거나 가설에 대한 검증 또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 일 겁니다. 제가 이 설문조사 모두를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서 몇몇 관심 있는 어젠다의 설문조사는 꼭 들어가서 살펴보는 편인데요. 그중 절반 이상은 "이렇게 만들면 참여자의 생각을 제대로 끄집어내기 어려울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설문조사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잘못된 설문조사로 인해 기획의 방향성이 틀어지거나 고객의 니즈가 왜곡되면 당연히 잘못된 기획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그 결과는 수십, 수백 번을 생각하더라도 뻔한 뿐입니다. 비록 10여 문항 내외의 간단한 설문조사라 할지라도 기획자 또는 오너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번 글을 통해 설문조사의 개념부터 찬찬히 살펴보며 완성도 있는 설문조사를 작성하는 방법을 배워보도록 하죠.
설문조사란 무엇인가?
성공적인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용자의 실제 요구사항과 생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가 바로 '설문조사'입니다.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설계된 설문조사는 고객의 실제 니즈,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그리고 개선해야 할 점들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서비스 기획 과정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는 정확한 의사결정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가 됩니다.
올바른 설문조사 양식 작성 방법
설문조사를 작성할 때는 몇 가지 핵심적인 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설문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설문의 목적이 명확할수록 응답자의 참여율과 데이터의 질이 높아집니다. 두 번째로 질문의 유형도 중요합니다. 개방형 질문은 응답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도록 하여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지만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반면 폐쇄형 질문은 객관식이나 척도형(리커드 척도 등)과 같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응답을 유도하므로 정량적인 데이터를 통해 신속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합니다.
또한 질문은 반드시 간결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질문의 내용이 모호하거나 복잡하면 응답자는 혼란스러워하며 정확한 답을 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질문이 편향적이거나 특정 방향으로 응답을 유도해서도 안 됩니다. 한 질문 안에 여러 개의 내용을 묻는 이중 질문도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더불어 설문의 질문 순서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응답자가 쉽게 답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하고, 민감하거나 개인적인 질문은 뒤쪽으로 배치하여 응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설문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2. 질문의 유형을 정의해야 한다.
3. 질문은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4. 질문의 편향성 또는 유도성 질문은 경계해야 한다.
5. 설문의 질문 순서는 응답자가 답하기 쉬운 순으로 배치한다.
6. 또한 일반적인 질문은 전반부에 배치하고 민감하거나 개인적인 질문은 후반부에 배치한다.
효과적인 답변 수집 방식 유형
답변 수집 방식에는 환경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으로 구분되며, 오프라인 방식은 다시 설문조사와 인터뷰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여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혼합형 방식도 존재하죠. 각 방식은 조사 목적이나 타깃, 예산, 시간 등에 따라 그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며, 각 방식마다 고유의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과거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설문조사하면 오프라인 상에서 설문 참여자를 대면해서 설문조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직접 수기로 설문조사를 받는 형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화 설문조사나 온라인을 통한 설문조사는 한 번도 접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보편적인 설문조사의 방식이 된 지 오래입니다. 설문조사를 수집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닐 필요도 없고 적은 인원으로도 진행 가능하죠. 또한 쉽고 빠르게 많은 응답을 수집할 수 있으며 분석 역시도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설문조사 문항이 10개 이상으로 많아지거나 깊이 있는 답변을 요구하는 경우, 참여에 따른 허들이 순식간에 높아지게 됩니다. 더불어 설문조사의 신뢰성이 낮을 수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죠. 엠브레인과 같은 전문적인 설문조사 업체들이 진행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해 보면 대상이 아닌 참여자들을 거르기 위한 정교한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 이러한 이유가 바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온라인 설문조사 작성을 위한 대표적인 툴로는 구글 폼과 타입 폼, 네이버 폼, 한컴 폼즈 등이 있습니다. 타입 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유/무료의 차이는 외부 API 연동이나 설문조사 인사이트, 로직 설계 등 부가/편의 기능의 제공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굳이 유료 설문조사 폼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생각할 수 있는 설문조사 타입을 무료 툴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오프라인 설문조사는 크게 단순 대면 방식과 인터뷰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단순 대면 방식은 현장에서 직접 설문지를 배포하여 응답을 받는 방식으로 응답자의 생생한 반응과 의견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방식은 일대일 또는 소규모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해 심층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응답자의 의견과 감정을 파악하는데 유용합니다. 깊이 있는 정보와 정성적 감정을 얻는 데 유용합니다. 소개한 두 가지의 오프라인 설문조사 방식은 온라인 방식에 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응답자 수 역시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차후 기회가 된다면 인터뷰 방식의 대표 격인 FGI와 FGD(Focus Group Discussion)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혼합형 조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방식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폭넓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특히 초기 기획 단계나 서비스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특히 유용합니다.
잘못된 설문조사의 흔한 실수?
많은 설문조사를 살펴보다 보면 공통적인 실수가 종종 눈에 띄는데요. 그 대표적인 케이스로 설문 목적이 명확하지 않거나 너무 넓게 잡으면 응답자들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혼란을 느끼게 만드는 경우일겁니다. 질문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응답자는 피로감을 느껴 설문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집중력을 잃어 결과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질문이 너무 적으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죠.
또한, 질문이 모호하거나 난해하게 구성되면 응답자가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잘못된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편향되거나 특정 답을 유도하는 질문은 응답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립니다. 설문조사 양식 작성에 익숙지 않은 사람의 경우 이와 같은 4개 유형의 실수를 저지르는 빈도가 비교적 높은 편인데, 이러한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양식 작성 이후 여러 사람들을 통한 교차 검증을 진행하거나 주변 지인들을 통한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언급한 실수를 최소화하여 객관성과 신뢰성이 보장된 설문조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설문조사의 흔한 실수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설문조사가 불명확하다.
2. 설문조사의 질문 범위가 폭넓다.
3. 질문 수가 많다.
4. 질문이 모호하거나 난해하게 구성되어 있다.
올바른 사례와 잘못된 사례
앞서 올바른 설문조사 작성 방법과 잘못된 설문조사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는데, 이제 각각의 사례에 대해 정리해볼게요. 먼저 올바른 사례입니다.
올바른 사례 1. 온라인 서점의 배송 고객만족도 조사
온라인 서점 A는 자사가 운영 중인 빠른 배송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대상으로 "배송 시간에 얼마나 만족하시나요?"라는 폐쇄형 질문과 "배송 서비스와 관련하여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라는 개방형 질문을 사용했습니다. 간결한 질문 구조를 갖췄으나 설문조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핵심이 잘 담겨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의 구체적인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었고, 서비스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유용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올바른 사례 2.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 만족도 조사
패키지 전문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H 여행사가 자사의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근 저희 패키지여행에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추후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명확하고 간결한 질문을 통해 여행자의 실제 경험과 불편 사항을 성공적으로 수집했습니다. 이 설문조사는 정확한 피드백을 얻어 서비스 질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잘못된 사례 1. 식당 음식 만족도 조사
어느 식당이 고객 의견을 수집할 때 "저희 식당의 음식 맛과 가격이 적당하지 않나요?"라는 이중 질문을 사용했습니다. 이 질문은 맛과 가격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묻고 있으며, "적당하지 않냐?"는 긍정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표현까지 포함하고 있어 객관적인 응답을 얻기 어려운 예시입니다.
잘못된 사례 2. 애플리케이션 만족도 조사
한 앱 개발사가 "저희 앱이 좋으시죠?", "저희 앱은 경쟁사 앱보다 훨씬 나은데 동의하시죠?"와 같은 편향적이고 유도성 질문을 사용하여 응답자들의 실제 의견을 정확히 수집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저희 앱의 품질은 어떤가요?"와 같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는 질문은 만족도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으로 설정되어 있어 설문 참여자의 경험의 경중 및 유무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이기에 애플리케이션 만족도 조사를 근거로 서비스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데이터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설문조사의 결과 분석 방법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은 단순히 숫자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해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해 실제 기획과 개선에 반영하는 핵심 단계입니다. 설문이 끝나면 먼저 수집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온라인 설문도구를 사용했다면 대부분 자동으로 응답 수치를 집계해 주지만, 오프라인 설문이나 혼합형 조사일 경우에는 수작업 정리가 필요합니다.
정리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응답자의 분포와 응답률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응답자의 특성(예: 연령, 성별, 이용 경험 유무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응답 데이터를 세그먼트별로 나누어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는 주요 문항별로 빈도분석, 교차분석, 척도평균 등의 통계기법을 활용해 데이터를 읽어야 합니다. 특히 척도형 질문(예: 만족도, 선호도 등)의 경우 평균값과 표준편차를 함께 보며 응답의 집중도와 분산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방형 질문이 포함된 경우에는 텍스트 마이닝이나 키워드 분류를 통해 공통된 의견이나 트렌드를 추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분석된 내용을 시각화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합니다. 막대그래프, 파이차트, 워드클라우드 등 다양한 시각화 도구를 통해 응답 결과를 보다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의사결정자나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결과를 공유할 때 매우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설문조사 결과는 단순히 나열하거나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기획의 방향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해석되어야 합니다. 숫자의 흐름 뒤에 숨어 있는 사용자의 진짜 의도와 니즈를 읽어내는 것이 분석의 본질입니다. 이를 위해 FGI나 FGD 등 심층조사와 병행한 다층적 분석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설문조사 분석 방법과 관련된 내용은 차후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올바른 설문조사 작성을 위한 가이드를 정리해봤는데요. 효과적인 설문조사는 고객에게 다다 갈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하는 데 있어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오늘 알려 드린 설문조사 작성법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더욱 성공적인 서비스 기획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 END
온라인 공간에서 야메군이란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24년차 서비스 기획자. 네이버 웹/모바일 기획자 커뮤니티 웹(WWW)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메가엔터프라이즈, 짱공유닷컴, YES24를 거쳐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Pattern recognition과 Machine learning 기반의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한 연구. 최근 스타트업계로 이직, 반려동물과 온라인 피트니스 분야를 경험했고 자율주행 도메인을 거쳐 현재 Saa서벵S 기반 Monitoring 도메인에서 유일한 기획자로 재직 중. 2016년 7월, 웹/모바일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서적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웹 기획”(정재용, 최준호, 조영수 공저) 출간. 2008년부터 약 15년간 서비스기획자의 성장을 위한 온/오프 강의를 통해 후배 기획자를 양성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