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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기획 분야에서 십수년간 일해오면서 기획 자체에 대해서는 나름 일가견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UI나 UX 분야에 대해서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딱히 그 분야에 대해 깊은 성찰이나 전문적인 공부를 해본 경험도 없고, 지금까지 블로그에 기술한 웹기획 초보가이드에서 UI나 UX가 차지하는 지분이 10%도 미치지 못할 만큼 기획의 부수적인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이나 모바일하면 자주 떠오르는 용어가 바로 UI와 UX 입니다.


예전에야 인터넷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나 오르내리던 용어였겠지만, 이젠 각종 미디어 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 역시도 이들 용어를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UI나 UX가 핵심까지는 아니더라도 기획자에게 있어서 어느 정도의 소양은 갖춰야 한다는 말이 되겠죠. 그래서 오늘은 제가 비록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오랜기간 웹과 모바일을 접하며 생각해왔던 UX의 실무적 이해에 대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사용자에겐 해결해야 할 목적이 있다.

 

사용자의 경험을 의미하는 UX(User eXperience)란 용어는 한마디로 사용자에게 익숙한 패턴을 도구에 반영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까지 발생하는 과정들을 최적화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용자는 웹이나 모바일을 이용할 때에 분명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쇼핑몰에 방문한 이유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함입니다. 또 검색을 이용하는 이유는 정보를 찾기 위함이며, 은행 웹사이트에 방문하는 이유는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서 일겁니다. 아주 명확한 목적이죠? 이와 같이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있어 뚜렷한 목적이 있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가장 짧은 단계, 최단시간에 그 목적을 달성하게 해야 합니다.

 

[그림. 01] 사용자와 목적의 상관관계

대표이미지

하지만 많은 기획자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이유를 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가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꼭 넣을 필요가 없는 단계를 추가하거나 선택의 여지를 두는 환경을 만들어 목적을 완료하는 행위를 방해하는 경우가 그 것이죠. 목적달성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 사용자의 자발적인 필요성에 따르거나 혹은 사용자가 허용하는 수준이라면 사용자 역시 그런 불편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사용자가 예상하지 못한 저해요소가 발생할 경우 사용자는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스마트폰 이용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행위는 사용자의 필요성에 따른 감내할만한 허들이죠.

 

그런 거부감으로 인해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편리한 경쟁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공산이 큽니다. 매우 당연하겠지만, 이와 같은 고객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목적을 방해할만한 장벽들을 하나씩 걷어내야 합니다. 예컨데 쇼핑몰에서 어떤 상품을 하나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죠. 사이사이의 복잡한 단계들을 생략한다면 대략 이런 흐름이 나올 겁니다.

 

① 내가 원하는 상품을 찾고 선택하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쳐 원하는 상품을 결제하기로 마음 먹는다.

② (주문할 복수의 상품이 있을 경우)장바구니에 상품을 담거나 혹은 즉시결제를 통해 결제페이지로 바로 이동한다.

③ 배송정보 및 결제정보를 입력을 거쳐 결제를 완료한다.

 

사용자의 구매패턴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은 이런 흐름일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실수로 인해 혹은 사용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마음을 고쳐 먹을만한 다른 이동요소들이 있거나, 사용자의 결제를 방해할만한 불필요한 요소들이 있다면, 결제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분명히 떨어지게 될 겁니다. 물론 정확한 비율까지는 제시할 수 없지만, 결제달성율이 100%라 가정한다면 적어도 80%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며, 충분히 결제까지 이루어질 잠재매출을 기획자의 욕심으로 인해 깎아먹게 되는 것이죠.

 


지마켓의 결제 페이지. 현재 화면에서 다른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 몇 개나 될까? 


사용자를 혼란시킬만한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결제단계에서 불필요한 링크나 이동경로를 최소화하면 됩니다. 적어도 결제 페이지에 도달했다면 사용자에게 결제에 최적화된 페이지를 제공해 줌으로서 결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럼, 전 세계인들이 이용한다는 아마존은 어떨까요? 아마존의 경우에도 결제과정 직전까지는 구매와 연관된 다양한 상품들을 노출하지만 일단 결제단계로 접어든 시점에서는 사용자에게 결제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줍니다.

 

아마존의 결제 페이지. 다른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원천봉쇄되어 있죠.

 

아마존의 결제단계부터는 로고에도 링크가 없으며, 진행단계를 보여주는 라인 네비게이션에도 링크는 없습니다. 또 굳이 링크가 있더라도 다른 페이지로의 이동이 아닌 앵커의 기능, 즉 현재의 화면에서 아래로 스크롤 이동하는 정도가 아마존에서 최대로 허용하는 정책입니다.(하물며 로그아웃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극단적인거죠. "사지 않을거면 브라우저를 닫아.")지마켓은 한국의 쇼핑몰이고 아마존은 해외 쇼핑몰이기 때문에 사용자 구매 패턴이 같을 수 없다고 주장하시는 분도 분명 계실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마존의 결제 페이지가 결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예상컨테 아마존의 이러한 UX 패턴은 결코 대충 만들어진 건 아닐겁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어떻게 하면 사용자의 결제달성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고민이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하며, 그 분석의 결과가 이와 같이 다소 폐쇄적이기까지 한 결제 페이지를 만들어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단 이러한 사례는 쇼핑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연결된 그 어떤 서비스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며, 아주 작은 규모의 단위 서비스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을 하려고 하는데 불필요한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거나 게시판에 가볍게 글을 쓰려고 하는데 번거로운 정보들을 선택해야 한다거나 하는 경우들이 바로 고객의 목적 달성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장벽들을 하나씩 걷어냈을 때 비로써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손쉽게 목적을 달성하고, 이것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아주 기본적인 과정이라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의 공감댓글 한마디가 더 좋은 글이 나오는 원동력이랍니다. 글을 통해 도움이 되셨거나 기획과 관련해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야메군. Web와 Mobile, Digital 카테고리 SME(Subject Matter Expert). 웹기획 18년차로 네이버 웹기획자 커뮤니티 "웹(WWW)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짱공유닷컴, YES24 등의 회사를 거쳐, 민간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Pattern recognition과 Machine learning,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해 연구. 현재 하나투어에서 데이터 기반 서비스 설계 중. 2016년 7월 7일, 웹/모바일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으로 위한 Guide Book "처음부터 다시배우는 웹기획(정재용, 최준호, 조영수 공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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