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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한 해.. 그간 알게 모르게 여러 헤드폰과 이어폰이 제 손을 거쳐갔으나.. 왠지모를 귀차니즘으로 인해 듣고 즐기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리뷰어 본연의 역할인 리뷰작성을 등한시 했습니다. 물론 제 리뷰의 성격이 다들 블로거들 만큼의 전문성을 띄는 것은 아닙니다만, 리뷰를 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 처럼 일정 비용이나 협찬을 받는다거나 하는 게 아닌, 순수한 이용자의 입장에서 느낀 그대로를 글로 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읽는 분의 느낌과 상이한 부분이 있더라도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은 최근 들어 가히 폭발적인 속도로 질러대고 있는 음향기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리뷰의 소재는 제목과 같이 어지간한 하이엔드 헤드폰 가격을 뛰어넘는다는 JH Audio의 록산느(Roxanne) 유니버셜 핏 이어폰과 울트라손(Ultrasone)의 에디션8(Edition8)시리즈를 제외하고 아웃도어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는 베이어다이나믹(Beyerdynamic)의 T5P 헤드폰 입니다. 사실 이 두 모델은 각각 다뤄져도 몇 회에 걸쳐 리뷰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을 뽑을 수 있을만한 훌륭한 리뷰 소재 임에는 분명하나 같이 다루려는 단 하나의 이유... 귀찮음.. 단지 그 이유 하나 뿐입니다. 흠...


[그림. 01] 아웃도어 이어폰과 헤드폰의 끝자락에 있는 두 영웅들..

대표이미지


각설하고.. 하나는 이어폰이고 하나는 헤드폰이라는 객관적인 차이 이외에도 사용 지향점이나 타깃유저 자체가 판이하게 다른 이 두 개의 음향기기를 어떻게 하나의 포스트에 리뷰한다는 것인지 의아해 하실 분도 계실텐데요, 두 제품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뭐랄까.. 제품의 세부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큰 의미에서 음악을 들는 장비라는 교집합과 그 안에서 비교해볼만한 꺼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웃도어라 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하지만... 그 뛰어난 착용감


요즘 패셔너블한 디자인에 아담한 사이즈의 인이어용 이어폰이나 헤드폰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오늘 소개할 록산느과 T5P는 분명 포터블 아웃도어 용으로 사용하는 모델임에도 생각보다 큰 사이즈를 자랑합니다. 물론 한쪽의 이어폰 유닛당 12개의 BA가 들어있는 괴물같은 록산느나 T5P가 귀 전체를 덮어버리는 오버이어 형 헤드폰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갈만한 사이즈이고 외부에서 음악듣는 즐거움을 느끼는 매니아들이야 큰 문제가 될 게 없겠지만, 외부의 시선에 민감하신 분들이라면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듯 합니다. 하지만 제품의 타깃 자체가 일반유저보다는 매니아 쪽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만큼, 이 정도의 크기에 부담을 느끼실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사실 매니아가 아니라면 이 제품을 선뜻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다른 이유가...


[그림. 02] 매니아가 아니면 알아볼 수 없는.. 다소 투박하기까지 한 T5P 디자인.


T5P와 록산느의 외관에서 오는 부담감과 무게에 구매를 주저하시는 분이라면 직접 착용해보길 권해드립니다. 외관에서 오는 부담감을 쓱싹 덮어버릴 편안한 착용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T5P의 무게는 350g에 이를 정도로 동일한 크기의 드라이버를 사용한 오버이어 형 헤드폰의 무게를 50~100g 가량 초과하는데 반해, 헤드밴드의 조임이 P7과 같은 밀착형 헤드폰과 비교했을 때 다소 부족한 편입니다. 이 때문에 착용 시 앞뒤로 흘러내리거나 장시간 이용에 따른 무게감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무게중심이 잘 분산되어 있어 헤드밴드가 상대적으로 느슨함에도 불구하고 헤드폰이 흘러내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나 무게감은 곧 잊게 되더군요.


또한, 귀에 직접적으로 맞닿는 이어패드에 최상급의 양가죽을 사용했다는 제조사 측의 설명과 같이 아주 부드러운 착용감을 제공하고 있어, 하드 타입 이어패드를 제공하는 울트라손 에디션8이나 B&W의 P7과 같은 단단한 느낌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또한 헤드밴드의 느슨함과 소프트한 이어패드 탓에 차음성에서는 위의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밀착형 헤드폰에 비해 외부의 소음에 다소 취약하며 대중교통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너무 큰 볼륨으로 음악을 들으실 경우, 자칫 주위의 눈총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림. 03] 록산느와 아이폰 번들 이어폰, 이어버드와의 비교.


왠만한 이어폰 크기의 두 배를 가뿐히 넘어서는 록산느 이어폰도 외관 상에서 느껴지는 무게중심이 뒤 쪽으로 쏠린 듯 하여, 착용 시 뒤로 빠져버릴 법한 느낌을 받습니다만, 3시간 가량의 연속 착용을 해본 결과 무게중심의 문제는 느껴지지 않았으며 이어폰과 한 몸이 된 듯한 물론 이건 구라.. 편안함을 제공해 줍니다. 물론 웨스턴(Westone)의 UM이나 W 시리즈, 오디오테크니카(audio-technica)의 IM 시리즈만큼의 있는 듯 없는 듯한 깃털같은 착용감까지는 아니겠지만,장시간 착용에도 부담될만큼의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림. 04] 이어폰 구매 역사 상, 최단시간의 사용 후 팔아버린 비운의 H4 이어폰

 

오히려 일부 이어폰 유저의 경우 이어폰 유닛이 작은 경우, 착용감이 좋지 못하다는 분도 있기에 이어폰 유닛의 크기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닐 듯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잠시 사용했다가 적응이 안되는 불안정한 착용감과 독특한 가오(?)로 인해 급히 팔아넘겼던 소니의 H3나 Z5 보다는 훨씬 나은 착용감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에서 툭 튀어나온 유닛의 거대한 크기는 타인의 질투심 어린?시선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듯 합니다.


둘다 올라운드 성향이라고는 하는데...

 

록산느와 T5P를 주제로 작성된 많은 리뷰를 보면 열에 아홉은 모든 음악장르에 대응하는 올라운드 성향이라는 점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물론 원체 출중한 명기들이다보니 어떤 장르를 갖다놔도 기본 이상은 뽑아준다는 점만을 본다면 분명 올라운드 성향이라 설명할 수 있겠지만,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테스트 해 본 결과... 록산느와 T5P가 상반된 음 특성을 가졌다는 점과 올라운드라고는 하지만 분명 최적화된 장르는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림. 05] 록산느의 착용 샷..... 크고 아름답습니다..


먼저 T5P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고음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B&O의 H6와 같이 자극적인 고음 지향형 헤드폰은 아니며, 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장시간 감상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줍니다. 다만 P7이나 에디션8로 듣다가 T5P로 들을 경우 소리가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는 T5P 헤드폰에서 내주는 사운드 착색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며, 비록 중저음형 성향의 헤드폰에 비해 묵직하게 때려주는 맛은 없지만, 중저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맛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대편성, 소편성, 독주 등을 가리지 않는 클래식 계열의 음악(특히 현악기가 편성된 곡에서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이나 발라드, 뉴에이지, 재즈 풍의 곡들과의 아주 좋은 궁합을 보여주고 있으며, 팝, 모던 락 계열의 곡은 평균 이상, 락이나 헤비메탈은 평균 수준이며 레게, 힙합 장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들어납니다.(뭐 레게나 힙합 위주로 들으신다면 닥터드레나 밥 말리 같은 브랜드를 택하는 게 나을 겁니다.) 

 

반면, 록산느의 경우는 T5P와는 반대되는 성향, 중저음에 강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그렇다고 고음이 약하냐.. 딱히 그런 건 아니며, 굳이 표현하자면 모든 음역대에 잔근육이 붙어있다고 할까요? 모든 음역대에 힘이 붙어있는 모양새이다보니 저 역시도 처음엔 '고음이 왜 이렇게 무겁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청음시간이 길어질수록 록산느가 추구하는 고음의 표현방법이 느껴지더군요. 비록 시원시원하고 카랑카랑한 고음이 일정하게 유지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중저역대에서 한번씩 존재감을 과시하는 고음역대는 록산느에서만 들을 수 있는 독특한 고음 표현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쯤되면 록산느와 궁합이 잘 맞는 장르가 대강 짐작되시죠? T5P와 마찬가지로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포함한 전반적인 클래식 악곡들과의 궁합이 좋은 편이며, 특히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같은 저역대를 울려주는 악기가 편성되어 있다면 록산느의 진정한 깊이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또 트럼펫이나 오보에로 연주된 곡과도 매칭이 좋은 편입니다. 다만, 복수의 BA를 채택한 다른 폐쇄형 이어폰에 비해 공간감이 상대적으로 아쉬운 편이며, T5P와 마찬가지로 착색이 거의 없고 잔향이 남지 않는 록산느의 특성 상, 블루스나 감미로운 발라드와 같은 장르와는 좀 상성이 좋지 않은 느낌입니다.(물론.. 그래도 충분히 듣기 좋습니다.)


이렇게 록산느와 T5P은 서로 상반된 음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칭이 좋은 음악 장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두 기기 모두 음 분리력과 해상도가 뛰어나기 때문인데, 이미 T5P의 음 분리력은 동급의 여타 헤드폰과 비교했을 때에도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각이 좀 뛰어난 사람이라면 각각의 악기의 위치가 다 구분이 될 정도이며, 록산느의 경우도 12개의 BA가 악기소리가 뭉치지 않게 잘 분산해주고 있어, 음향기기 리뷰로 유명하신 루릭 님의 말에 따르면 소떼가 몰려오는데 무질서하게 달려오는 게 아닌, 대열을 맞춰 달려옴을 느낄만큼 음 분리력이 뛰어납니다.

 

음 분리력이나 해상도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다이나믹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뜻이며, 이런 다이나믹함은 듣는 이로 하여금 음악을 듣는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입니다. 물론 다이나믹함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장시간의 음악감상이 어려운 피로감이 누적되지만, 록산느와 T5P는 이러한 문제점을 뛰어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록산느와 T5P를 선택하는 이유...


답은 딱 정해져 있습니다. 딱히 흠 잡을 구석이 없는 훌륭한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음 분리력, 해상도, 입체감, 전 음역대에서의 고른 퍼포먼스 등 기기 자체의 성능이 뛰어다나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대부분의 음악 장르에 잘 매칭됩니다. 또 기기의 특성이 강하다보니 디바이스를 타지 않는 일정한 효율, 스마트폰과 같은 포터블 기기에 직결하더라도 수준급의 소리를 뽑아내주는 역량 등, 약간의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은 있어도, 호불호가 갈릴만큼의 부정적인 시각이 없는 기기가 바로 록산느와 T5P 인 것이죠. 


물론, 원체 기기가격이 고가이다보니, 누구나 손쉽게 장만할 수 없다는 큰 진입장벽이 있고, 제 주위의 지인들에게 100만원이 넘는 이어폰과 헤드폰의 가격에 대해 이해하지도.. 이해 시킬 수도 없는 소수의 매니아 타깃의 기기 입니다만, 기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오히려 매니악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있는 매니아스럽지 않은 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음악 듣는 취미를 가진 분이라면 언젠가 한 번쯤 질러줘야하는.. 이런저런 기기를 갈아타는데 지겨우신 분이 단 하나의 선택으로 방랑벽을 종결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전 주저없이 록산느와 T5P를 추천해 드릴 겁니다. 물론 다음 달 카드 값은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죠..ㅋㅋㅋ


PS.

헤드폰과 이어폰의 끝을 보기 전에 이미 당신은 적당한 수준의 헤드폰 앰프나 DAP를 손에 넣었을테고, 그 다음엔 Flac와 같은 무손실 음원으로 영역이 넓어지며, 그 후엔 커스텀 케이블로 넘어갔다가 더 고가의 DAP에 눈이 가게 되는 사운드 지옥의 무한루프에 빠지게 될 겁니다.. 핫핫핫..ㅋ

 

 

 

 

야메군. Web와 Mobile, Digital 카테고리 SME(Subject Matter Expert). 웹기획 15년차로 네이버 웹기획자 커뮤니티 "웹(WWW)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딴지일보를 시작으로 아이러브스쿨, 짱공유닷컴, YES24 등의 회사를 거쳐, 현재는 민간 IT 원천기술 연구소 "Valhalla Lab"에서 Machine learning과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의 상업적 이용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기획자의 업무능력 향상으로 위한 Guide Book 출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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