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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에 Visual Basic으로 된 데이터관리 프로그램을 유지보수하는 걸 시작으로 커뮤니티 사이트 개발로 초급개발자 시절을 보내고, 포털 사이트에서 중급개발자로 살다가, 공공기관에서 전산총괄도 맡아보고, 프로젝트 관리도 해보고 다시 항공사 및 여행사쪽에서는 홈페이지 및 업무시스템까지 관할하기까지 각기 다른 직종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접하게 되는 것, 바로 기획안 입니다.

 

공공기관에서는 사업발주를 하다보니 제안서도 받아보았고, 웹사이트 개발과 관리가 주 업무다보니 늘 기획안을 받아보았죠.  연차가 길어질수록 많이 보게 되는 건 바로 기획안이였습니다.  여러 서비스에 대한 기획안을 접하다보니, 기획안에 대한 생각도 많아지게 되구요.  그래서 오늘은 개발자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 기획안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획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의 상관관계..


제가 처음 개발을 배울 땐 디자인 원본을 보고, 디자이너가 잘라준 이미지로 HTML 코딩을 하는 걸로 시작을 했었습니다.  웹의 기본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었죠. 완성된 HTML을 디자이너에게 컨펌받았던 시절이 있었네요.(이게 언제적 이야기인지..) 개발을 하려면 웹의 기본구성을 알아야 한다는게 그때 당시 사수들의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기획안을 보며 디자이너에게 받은 HTML로 개발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됐죠.  디자인 원본(psd파일)을 보며 HTML을 만들었던 경험은 개발을 하면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HTML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웹화면 전체 구성이 머리속으로 들어오고요, 이런 과정을 거치니 개발 해야하는 웹 화면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졌고, 프로그래밍을 하다보면 디자인 화면과 다르게 약간씩 화면에 변형이 오게 되는 경우가 이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됐구요.  저 같은 경우엔, 최대한 수령받은 HTML과 조금이라도 다르지 않게하려고 애썼죠. 

 

소싯적엔 이런 작업도 했었습니다.. 

 

줄간격, 높낮이, 다음번 줄 위치 등.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적으로 어색하지 않는 화면을 만들게 되었답니다.  기획안 이야기 한다면서 느닷없이 웬 HTML을 만드는 이야기를 하나... 싶으시죠?  제가 했던 저 경험이.. 어쩌면 기획자,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라는 삼각관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중요한 배움의 시간이었다는걸 십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원본이라는건 기획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결정된, 기본이 되는 화면의 모습입니다.  기획자의 기획안은 개발자에게만 전달되는게 아니라 디자이너에게도 전달되는 문서죠.  그 문서를 보고 디자이너는 화면을 디자인하고, 그 화면을 기획자와 공유하며 완성합니다.  제가 일하던 당시에는 기획자의 기획서를 바탕으로 디자이너가 코딩을 해서 넘기곤 했지만, 요즘에는 퍼블리셔가 그 화면을 코딩해서 개발팀에게 넘기고, 그 파일을 받고 기획안을 보면서 화면개발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개발자가 그리 많지 않더라는 사실입니다.

 

 

해당 과정은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라는 삼박자가 중요한 웹 서비스에서는 별거 아닌것 같지만 업무의 흐름상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야하고, 특히나 기획자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라는 직군을 아우르며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리더로 끌고가야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때문에 기획자가 프로젝트 PM을 하는 경우가 많은거죠.  기획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 흐름을 이해하고 계시지만, 개발자는 전체적인 흐름보다는 세부적인 기능이나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고, 기획안 보다는 코딩된 HTML 페이지 중심으로 개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법 개발 좀 한다는 5년차가 넘은 개발자들도 이런 과정을 모두 이해하고 있지 않더라구요.(물론 서비스 업무의 특성, 환경에 따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기획자가 아무리 이야기를 하고, 디자이너가 아무리 본인이 디자인해준대로 화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들 개발자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기획안에 있는대로 기능상 아무런 이상이 없고, 데이터만 제대로 잘 들어가고 오류도 없고만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기획안 작성 전 요구사항 정의서를 공유하라..!!


"김대리~ 이번에 새로 리뉴얼하는 거 있잖아? 얼마나 걸릴까?"
"음? 리뉴얼이요? 무슨 리뉴얼이요?"
"어? 몰랐어? 이번에 리뉴얼하는데... 아... 아직 범위 결정 안나서 개발팀엔 공유가 안됐나?"
"@#@$!@#$!!!"


과거, 기획자랑 이야기하다 뜬금없이 리뉴얼 한다는 소릴 듣게 되는 경우가 참 많았었습니다.  물론 리뉴얼 범위를 어느 정도 선에서 까지 할지 의사결정이 되지 않아 개발팀에까지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픽스된 기획안을 받고 개발일정을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리뉴얼 범위가 크고 방대하면, 기획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도 있곤 하지만, 전체 섹션에서 일부만 개편하는 경우에는 별다른 이야기 없이 갑자기 기획안과 코딩된 파일이 넘어와서 기획안 훑어보고 개발 언제까지 되는지 일정을 회신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기획자 분들도 혹시,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없이 스토리보드 뚝딱뚝딱 만들어서 개발자한테 이메일로 띡 보내놓은 경험.. 없으신지요?^^;

 

 

야메군 님의 강의에서도 언급되는 것과 같이, 이런 경우... 개발자들이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거나 열폭하는 경우를 자주 봐왔는데, 기존의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법에서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궁합이 잘 맞는 팀으로 거듭나거나 잡음없는 원활한 프로젝트가 가능한데, 제가 경험한 이상적인 과거 사례를 들어보죠.

 

그러다 어느 날, 동갑내기 담당 기획자와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그 친구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데 기술적인 부분을 잘 몰라 저에게 묻고, 저는 가능하다 이야기하고 비슷한 예로 다른 경우도 설명주었고, 이후.. 이러한 의견이 반영된 기획안이 디자이너에게 전달되고.. 곧 작업이이 올거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고, 디자인이 넘어왔을 때 집중해서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모두가 만족스러운 작업을 진행했었고, 프로젝트의 퀄리티 상승과 함께 결과도 무척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사적으로 친해서 였다기 보다는 업무 상의 경계조절을 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 기획자의 대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함께 만들어간다."라는 개념이 팀에 자리잡았을 때 좋은 시너지가 난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었죠.  단순히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밤샘작업을 할 때, 같이 밤새주고 하는 것 같은 형식적인 협업의 결과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과거... 한번도 "함께 만들어간다.."라는 개념을 접하거나 혹은 그렇게 일해본 적이 없었던 저는 업무 프로세스상 신선한 충격이었고, 한참 개발에 재미붙이고 자신감을 가졌던 6년차 개발자였던터라 일이 재미있다라는 걸 처음 느끼며 야근하면서도 피곤하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기획에 대해 디자이너와 개발자와 많이 이야기하고 나눠보세요..

 

기획되어야 할 범위를 미리 공유하고, 잘 풀리지 않는 내용에 대해 개발적인 조언을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만들어가면서, 서로 간의 부족한 점을 커버할 수 있었고, 기술적으로 좀 더 나은 방법으로 표현 할 수 있지 않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획안이 오고 이야기했던 내용과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면 충분히 부연 설명도 함께 해준 그 친구 덕에 개발 퀄리티도 높일 수 있었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들도 있었기 때문에 개발기간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준비하고 개발하는 것과 준비하지 못하고 개발하는 것.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요구사항 정의가 되었을 때는 꼭 담당하고 있는 개발자에게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게 하며 서비스는 함께 만들어가는거다라는 걸 인지시켜주는 것.. 기획자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마인드라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미시깽. 토끼같은 귀여운 딸래미 둘과 사과같은 남편과 살고 있는 웹개발 13년차.  아이러브스쿨과 SK커뮤니케이션즈 등을 거쳐,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서 IT관련 빡센 행정업무를 경험하고, 세훈항운(주)에서 다시 웹개발을 시작, 자회사인 (주)온필에서 기술개발팀장으로 있으면서, 여행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는 마음으로 시스템 개발에 매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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